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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ton Salam Feb 16. 2023

12. 안전이 제일인 폭주 라이더 - 자전거 01

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12

12. 안전이 제일인 폭주 라이더 - 자전거 01


난 어린 시절부터 자전거 타기를 좋아했다.

바람을 느끼는 등의 감성적인 이유 따윈 결코 아니다. 오로지 육체의 힘을 동력 삼아 빠르게 헤쳐나간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을 하며 눈앞의 장애물을 하나씩 제치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후진이 없다는 점. 마치 앞만보고 달릴수 밖에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을 닮았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은 처음으로 혼자서 이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날을 기억할 것이다. 나도 그 순간을 분명히 기억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진 않았다.

미취학 아동기 때였다. 무슨 생각에 이끌렸는지 불현듯 나는 문득 잘 타고 다니던 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떼어버렸다. 그리고는 동네에서 가장 긴 내리막길 꼭대기까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곧장 자전거에 올라타 흔들거리는 중심을 잡으며 그대로 내려왔다. 내리막길 끝자락에 다다르자 우회전을 하지 못해 그대로 어딘가에 처박혔었다. 일반적이진 않았지만 그렇게 처음 시작했다.


내 인생의 첫 번째 이륜자전거는 초등학교 때 부모님께서 우리 형제에게 주신 선물이었다. 하지만 그 자전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금이야 옥이야 타고다니던 자전거는 집 근처 공터에 주차를 해 놓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공터에 나가보니 자전거가 있던 자리에는 처참하게 두동강이 난 자물쇠의 흔적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계획범죄가 분명했다. 역시 엄복동의 후예다. 제기랄.


두 번째 자전거는 저렴한 MTB(산악용 자전거)였다. 사건이 발생하고 한두 해가 지난 뒤의 내 생일선물이었다. 이때 선물로 받은 자전거는 오랫동안 잃어버리지 않고 열심히 탔다. 중고등학교 등하굣길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같이 했다. 그렇다고 해서 비나 눈이 와도 탄 건 아니다. 등굣길에는 멀쩡했던 날씨가 하굣길에 비가 올 때는 그냥 자전거를 타고 비를 맞으며 집으로 오곤 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는 지금처럼 CCTV도 많이 없었고, 도로교통법도 그다지 엄격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제일 빠르고 안전하다는 별 말 같지도 않은 정신 나간 이유로 중앙선으로 자전거를 몰고 다니는, 거의 기행에 가까운 미친 짓을 곧 잘하곤 했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아찔했던 순간이 여러 번 있다. 거의 2~3일에 한번 꼴로 대형사고-요즘말로 '사망각'-가 날 뻔했었다. 이때를 생각하면 지금까지 사지가 멀쩡하게 살아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부모님은 모르시겠지. 그리고 교회를 열심히 다녀야겠다.


이상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오토바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오토바이는 모든 면에서 자전거의 상향버전이었지만 앞에서 말한 대로 맨몸으로 동력을 '짜낸다'는 매력이 결여됐기 때문인듯 하다. 어쨌든 학창 시절 나의 애마 같던 MTB는 처절한 혹사 속에 주인의 수명을 따라가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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