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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 Dec 22. 2023

모르는 누군가 길을 물어본다면

핸드폰 없이 길 찾기



오늘 나는 리움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가기 위해 지하철 에 서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밀리의 서재로 오디오북을 듣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돌아보았다.


어느 할아버지가 길을 물었다.

"장한평역에 가려고 하는데 여기서 타는 게 맞아요?"

평소라면 모르면 모른다 답하고 내 일에 집중할 텐데 작년에 천국에 가신 외할아버지가 생각나 지나칠 수가 없었다.


네이버 지도로 검색해 보니 한번 갈아타야 했다.


그때 앞 쪽에 계시던 중년의 아저씨가 다가와 우선 올라가 반대쪽에서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라고 말했다. 너무 모호한 안내 같아 내가 전철이 낫지 않겠냐 말했지만 아저씨는 할아버지를 올려 보냈다.


내 옆에 있던 또 다른 할아버지가 이방향으로 전철을 타는데 맞는 거 같다고 혼잣말을 하셨고

길을 물어봤던 할아버지도 몇 계단 올라가서는 이쪽이 맞는 거 같다고 뒤돌아 보셨다.


다가가서 이쪽이 맞고 군자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라고 말씀드리고 빠른 환승이 가능한 칸을 알려드렸다.






몇 년 전 내게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여름이었고 국비지원 때문에 꼭 당일 약속된 시간에 상담을 받으러 가야 했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 전원이 꺼졌다. 충전할 보조배터리도 충전기도 시간도 없었다.


간신히 꺼지기 직전 갈아 탈 역들만 가방에 들어있던 전단지에 적었는데 찾아가는 길이 여간 고난스러운 게 아니었다.


나는 길을 잘 찾는 편이라 네이버지도만 있으면 초행길도 문제없이 잘 다닌다. 그런데 핸드폰이 되질 않으니 길치보다도 더 한 것이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식은땀 나는 일이었다.






20대 중반이었던 나도 그런데 할아버지가 핸드폰 없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까.



갑자기 번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를 위해 또 다른 길을 묻는 할아버지를 위해 가방에 항상 메모지와 펜 한 자루를 넣어 다니면 어떨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모른척하지 않아서 잔잔하게 뿌듯한 날이었다.

내가 나를 칭찬해 주기! 좀 더 친절한 사람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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