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는 내내, 나는 진수에게 미안했다.
그를 더 따뜻한 곳으로 데려갈 수도 있었다. 안전한 언어의 안쪽으로, 명확한 정체성의 품 안으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속한’ 자리에 앉혀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끝내 그를 경계선 위에 세워두었다. 자신의 그림자가 도망칠 곳 없이 길게 드리워진 사무실의 복도, 씹을수록 외로움이 배어 나오던 어색한 식탁, 그리고 그리움의 실체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던 서울의 화려한 소음 속에.
왜냐하면 그 경계가 내가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가장 나다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 위에서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하지 않으면, 나는 평생 입을 다물어야 할 것 같았다.
쓰는 동안 몇 번이나 물었다. 이 선을 건너도 되는 걸까. 이 흔들리는 나를, 이 불완전한 기록을, 선 너머의 누군가에게 내밀어도 되는 걸까.
손바닥에 맺힌 식은땀이, 비 젖은 창가에 스며드는 햇살 한 줄기가,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작은 온기가 내게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경계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를 가두는 벽인가, 떨어지면 안 되는 절벽인가, 아니면 두 세계를 잇는 다리인가.
이 소설은 선 너머의 낙원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그 선위에서의 흔들림 그리고 견딤을 기록한다. 경계를 넘지 못하는 대신, 그 위에 서 있는 법을. 추위가 스며들어도 온기를 잃지 않는 법을.
이 책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 선 위의 숨결이 닿기를.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서 있는 당신의 가슴에 작은 온기가 피어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