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3 : 파도에 깎이는 생각들

포르투의 거리와 파도가 만든 성찰

by 김지영

출장 중이라는 말은 늘 애매하다.
업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지만,
몸은 낯선 도시 한가운데 던져져 있다.


포르투에 도착해 며칠이 지나자
도시는 조금씩 배경이 되었다.
건물의 색, 도로의 질감,
횡단보도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도로 위의 패턴들까지.
기능보다 스타일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도시였다.


문화가 기능을 길들인다는 말이
이 도시에서는 유난히 잘 보였다.




유럽의 주택들은 언제 지어진 것일까.
몇십 년, 몇백 년이라는 시간을
사람들은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살아내고 있는 걸까.


사는 풍경이 다르다는 건 늘 생경하다.
이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그들의 정체성은 어디서 왔을까.
역사가 말해주는 걸까,
아니면 그냥 그렇게 쌓여온 결과일까.


도시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존재할 뿐이다.




비가 오지 않는 날,
이때다 싶어 밖으로 나섰다.
출장 중 여행은 꿀맛이지만
너무 오래 걸었는지 다리가 아팠다.


대서양을 마주한 포르투의 해변은
생각보다 훨씬 거칠었다.
파도는 화마처럼 해안의 돌을 때렸고
돌들은 수없이 깎이며
자기 모양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어떤 파도에 맞고 있는 걸까.
나 자신이 만드는 파도일까,
아니면 외부에서 밀려오는 것들일까.




쇼핑몰에 들어서자
사람 사는 풍경은 갑자기 익숙해졌다.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삶의 방식이라는 것,
삶의 양식은 결국 의식주다.
먹고, 자고, 입는 것.
세계 어디를 가든
인간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식이 당겨 포르투의 한식당을 찾았다.
한국식 고기였다.
하지만 별로였다.
이 맛이 아닌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상대해야 한다.


형태는 한식이지만
기억 속의 맛은 아니었다.
입이 아니라
기억이 허기졌던 건지도 모른다.




운전 중 마주친 광고판 하나가
괜히 마음에 걸렸다.


“WHY PAY MORE?”


왜 더 지불해?
이만하면 됐지.


삶에 대입하면
꽤 많은 질문을 던지는 문장이다.
굳이 더 하려 마라.
이미 충분한데
왜 스스로에게 값을 더 매기고 있는가.




출장은 업무다.
하지만 몸이 이동하면
생각도 이동한다.


포르투에서의 시간은
특별한 사건으로 기억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도시에서
파도를 보고,
맛없는 한식을 먹고,
포트 와인을 마시며
내 생각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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