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직 회사를 떠나지 않았는가

퇴사가 아닌 자립의 의미

by 김지영

"당신은 언제 회사를 떠날 계획인가요?"

이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글쎄요,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요" 또는 "정년까지 다니려고요"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40대 초반 직장인이면서 두 아이의 아빠인 나는 이렇게 답합니다.

"떠날 계획이 없습니다. 하지만 매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회사를 떠나 하고 싶은 일은, 나의 실전 커리어에서의 업무 주도성과 그 과정, '내 사업'이라는 주인의식을 갖고 임했던 고군분투를 무기로 내가 좋아하는 독서와 해석, 철학적 사유와 고찰, 종교적 경험을 교차하여 글을 쓰고, 방송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자립은 퇴사가 아니다

직장인은 '자립'이라 하면 주로 '경제적 자립'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결국 주 소득의 변화 또는 다변화를 생각하며, 그중에 '퇴사 후 창업' 또는 'N잡러 되기'를 떠올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자립은, 직장인으로서 우선 정신적 자립을 확고히 하는 것이며 그다음으로 나의 분야를 확장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정신적 자립은 커리어를 어떻게 쌓을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탑-다운 방식의 업무를 수행하는 수행자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어젠다를 선점하고 기획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루트로 향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입니다. 새롭고 도전적인 일이나 사업에 뛰어들어 기존의 경험과 지식의 편안함에서 벗어나, 자발적 불편함과 고통, 그리고 리스크를 감내할 용기를 갖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직장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밝혀 주체성을 갖고 주도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실천하는 것이 은퇴 전후로 직장을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한 필수 재료로써 가치를 발휘할 것이라 믿습니다.


내가 아직 회사를 떠나지 않은 이유 3가지


첫째, 아직도 배우고 써먹을게 너무 많습니다.


영업이라는 한 가지 직무를 13년째 해오고 있지만, 매년 새롭습니다. 현업에 적용할 새로운 이론과 아이디어, 문과생이지만 이과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는 것, 독서 후 나만의 해석을 통해 실무에 적용해 보는 것, 매달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되는 AI LLM 모델이나 IDE 툴 사용으로 생산성 끌어올리기, 끌어올린 생산성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더 할애하기 등 정말로 배워서 써먹을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합니다. 이렇게 배우고 써먹는 순환 루프가 나의 실전 경력이 되고, 그것이 분명 나의 인생 2막 준비에 충분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둘째,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입니다.


근로소득이 전부인 저는 예산 범위 내의 소비, 적립식 금융투자, 목적 자금별 저축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인의 소득은 매년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예상이 가능한 현금 흐름이 미래 가족 설계와 내 꿈을 위한 소비를 합리적이고 계획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겠다는 다짐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기한과 자원의 한계가 없는 일이나 목표는 오히려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나만의 브랜드를 갖는 것입니다.


수 천년 간 쌓아온 인간의 지성은 AI에 외주화 될 수 있으며, 피지컬 AI 시대의 개막에 따라 공장 자동화는 더욱 가속화될 AI 시대에 과연 인간으로서, 그리고 나 자신은 어떤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 고민해 봤습니다. 바로 '경험하는 것'이며, 경험을 자산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회사 생활에서 발생하는 치열한 사유와 고민, 충동에서 비롯되는 야수성을 유지하고 회복해 나가는 것을 반복하며 그것을 내 자산으로 확보하는 것. 그것이 곧 '나'라는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전략적 준비의 의미

자립을 '전략적'으로 한다는 어젠다를 제시합니다. 직장인의 삶을 살아 내면서 '작가와 방송인'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직장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면에서 의미 있는 것을 창출해내야 합니다. 즉, 나의 모든 생각과 실천, 결과는 나의 자산으로 획득해야 하며, 그것을 체계화해서 내 것으로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되는 업무를 과업(TASK) 별로 구분하여 하나의 지식으로 체계화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성된 지식/경험 자산은 상관관계가 없더라도 연결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창조를 가능케 합니다.


실제로 얼마 전 일론 머스크가 인터뷰에서 언급해 회자된 문제 해결 방법 중에 '제1 원리 사고법'이 있습니다. 어떠한 공학적, 과학적 문제를 해결할 때 그 문제가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가를 묻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최근 제가 고객사와 함께 다루었던 자동차 부품의 일반원산지 판정 시 핵심 부품의 결정과 관련된 업무에서 이 원리를 적용하여 이해관계자를 납득시키는데 성과를 거둔 일이 있었습니다.


작가는 창작을 위한 도전의 과정이며, 창작을 위한 나만의 지식과 경험의 연결성은 기록과 메모, 그것을 체계화하여 자산으로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결국, 내가 은퇴 전후에 회사를 떠나 무엇을 할 것인가는 자신만의 전략적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마침표는 언제인가

40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회사를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하지만 나는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나는 지금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있는가?"


회사에 남든 떠나든, 중요한 것은 나만의 계획과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있는가입니다. 내가 선택한 이 길 위에서 무엇을 쌓고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만들 것인가.


나는 아직 회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준비는 어떤 모습인가요?
혹시 지금 이 순간도, 무언가를 쌓고 계신 건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