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의 어젠다로 살고 있을까
"나는 지금, 누구의 어젠다로 살고 있을까?"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해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바꿔보면, "왠지 이건 내가 해야 할 것 같은데?라는 직감과 충동을 나의 의지대로 실천하고 있는가?"입니다.
직감과 충동을 행동으로 옮기면 그에 따른 책임은 나의 것이며,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학습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수잔 애쉬포드 교수의 저서『유연함의 힘』에서는, 조직에서 새로운 책임을 진다는 것은 '학습 마인드셋'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학습을 한다는 것은 주체성을 기반으로 어젠다의 주도권을 높이고, 타인 의존을 낮추기에 직장에서 어렵게만 느껴지는 '진짜 자유'를 추구하는 행위입니다.
저는 내적 동기와 직감을 어떻게 업무 어젠다로 연결할 것인지 고민합니다. 이것은 정말이지 인간 본연의 야수성을 회복하고 감각하는 방법이며, 그것이 어떻게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실천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가입니다.
얼마 전, 첫 양산 후 25년이 지난 품목을 고객사에 반납하는 업무를 주도했고 성공적으로 협상을 종결시켜 후속 업무를 진행 중입니다. 이 품목은 회사의 핵심 사업은 아니면서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는 '귀찮고 하기 싫은'일로 각 부서 담당자들의 고충이 많았습니다. 저는 "이건 내가 해야만 해! 직원들이 고부가가치 사업에 더 집중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야!"라는 내적 충동이 발생했고, 즉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그 충동은 '반납'이라는 어젠다 선점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고 실천으로 옮겨 결과를 내는 '사건의 담당자이자 주인'으로서 역할을 했습니다.
내 안의 추진력을 깨운다는 것은 하나의 주체로서 고유한 활동성을 되찾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왜 책임을 지는 것이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길일까요? 바로 문제의 프레임을 내가 정의하고 주도하는 과정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업무를 하시면서 이런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차라리 책임을 지는 게 마음이 편하다. 주도적인 실패는 남지만, 시키는 대로 한 실패는 후회만 남는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배우고 있는 상태이며, '배우는 것'은 외부 의존성을 낮추는 행위입니다. '자유'는 그 결과의 산물입니다. 학습을 통한 자율성 확보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젠다를 선점하는 과정 자체가 '학습을 하겠다는 자기 선언'이며, 그것이 곧 자유를 가져온다는 것이 제 나름대로의 논리적 연결고리입니다.
실제로 얼마 전 회사에서 그레이 존(Grey Zone) 업무가 있었습니다. 원가절감을 통해 회사 수익성 제고 및 고객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요한 일임에도 아무도 그 어젠다를 주도하지 않았고, 저 역시 수동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성과에 한 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차라리 내가 할걸... 분명히 내 커리어와 회사에 도움이 될 일이었는데... 성과의 크기가 작다 하더라도 내가 나설걸...". 자책과 후회만 남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단순히 누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문제의 프레임 자체를 재정의하는 것이며, 제약 속에서도 주체성을 갖고 문제와 사건의 주인이 된다는 것이 '진짜 자유'라는 실천적 지혜를 얻었습니다.
조직도상의 위치보다, '이슈 오너십'이 중요합니다. 경력 포트폴리오로서의 어젠다 선점은 매우 큰 메리트를 보장합니다. 내 이력서에 적을 수 있는 결정적 한 줄. 그것은 누군가 시켜서 한 일, 늘 발생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대응 방식도 유사한 일이 아니라, 내가 '벌린 일'입니다. '기능적 인간'에서 '스스로 가치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존재'로의 진화가 바로 어젠다 선점을 통한 포트폴리오 구축의 결과임을 입증하고 싶습니다. AI 시대에 더욱 강조되는 사람의 역할이기도 하죠.
2025년 한 해를 회고해 보면 업무와 삶의 영역에서 제가 주도했던 여러 일이 생각납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따른 밸류 체인 리스크 사전 알림, 팀원 5명과 독일 공장 벤치마킹 출장 주도, 전기차 신규 부품 수주 위한 유럽/북미 지역에 수주 가이드북 배포, 회사 지원 바라지 않고 자비로 고성능 태블릿 PC로 듀얼 브레인 장착, 사비를 들여 업무 효율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유료 AI 서비스 4가지 사용, 새벽 운동 루틴으로 번아웃 없는 한 해 마무리, 독서 후 내 해석을 곁들인 독서록 작성 루틴, Cross Functional Team 운영 시 스스로 기획한 여러 업무를 추진했던 것이 가장 기억이 남습니다.
이력서에 남길 '내가 주도한 일'은 대략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
1. 문제 정의: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한다
2. 학습: 다방면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연구한다
3. 깊이 개입: 실제로 추진하고 행동한다
4. 방법론 통합: 이해관계자 피드백을 수렴하고 개선한다
5. 해석: 문제를 재정의하고 행동지침을 재정립한다
6. 문서화: 이메일, 보고서 등으로 과정을 기록한다
7. 체계화: 개인 노트 시스템(P.A.R.A, Zettelkasten)으로 정리한다
8. 자산화: 이력서에 쓸 경력으로 완성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제게 묻습니다.
내일 회의에서, 나는 누구의 어젠다로 앉아있을 것인가?
"왠지 이건 내가 해야 할 것 같은데"라는 직감이 들 때, 그냥 지나치지 않길 바랍니다. 그 순간이 바로 나의 커리어가 만들어지는 순간입니다.
어젠다를 선점하고, 책임 지고 그리고 자유로워지는 것. 이런 값진 의지는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 회의 전, 10분만 투자해서 '이번 분기 내가 주도하고 싶은 일 1가지'를 메모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무도 관심 없는 이슈도 좋고, 팀과 회사의 고질적 문제도 좋습니다. 그 한 줄이 우리의 다음 이력서를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