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 3권을 읽고
브런치 책 출간 프로젝트에 응모 했다.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마감일까지 한 달도 채 안 남았었다. 나는 내 글의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응모를 해서는 안 됐다. 나는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을 정확히 아는 메타인지 학습자였다.
블로그에 글 10개를 쓴 뒤 브런치 작가에 응모했고 하루 만에 합격 이메일을 받았다. 이 정도면 글 잘 쓰는 거 아니냐고? 흠.. 이 글을 읽고 나의 브런치 첫 출간 책을 읽어보면 아.... 하고 금방 다른 글을 읽기 위해 나갈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마음은 앞서는데 손가락이 따라주지 않는 프로 고민러였다.
10편 이상의 글을 쓰고 모아서 책을 만든 후 응모를 할 수 있다. 응모하려고 보니 내가 6월 이후부터 쓴 글은 5편. 부끄러웠다. 무언가를 짜 내서 쓰는 것이 바람직한가? 응모를 한다고 네 글이 당첨될 리나 있겠어? 또 나의 부정 자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 말까? 내년을 기약할까? 그러던 차에 달력을 보니 마감일 전 일주일이 텀 방학인 것을 발견했다. 일하지 않고 글만 쓴다면 하루에 2편씩은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 그렇다면 어떻게든 시작해보자. 자기 계발서 모두 그렇게 말하지 않나? 실행이 가장 중요하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인생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좋아. 그럼 책 쓰기 책부터 읽어보자. 연애도 책으로 배우는 사람들도 있잖은가. 책 쓰기도 책으로 배워보자.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기 전 브런치에 올린 글 다섯 편을 내리고 숨고 싶었다. 아.. 아이들에게 글 잘 쓰라고 가르치는 교사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일은 힘든 거구나.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얼마 전에 책을 출간한 선생님에게 참고할 만한 책을 알려달라고 하니 책 3권을 소개해 주었다. '언포자가 알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책 쓰기', '보통 사람을 위한 책 쓰기'와 '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글쓰기'라는 책 3권을 항공으로 받았다. 책 값보다 더 나가는 항공 택배비. 나의 자기 계발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지불했다.
책들의 목차를 먼저 살펴보았다. 챕터마다 10개 정도의 꼭지들이 중심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다. 내가 아이들에게 늘 말하던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으로 문단 쓰기.. 선생님이라고 다 같은 선생님이겠는가. 나는 다시 학생이 되어 선생님의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 내려갔다.
책 쓰기 선생님들이 알려주는 책 잘 쓰기 비법 중에 내가 적용할만한 방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아... 독자를 배려하며 써야 하는구나... 나는 에세이가 아니라 일기를 쓰고 있었다.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게 긴 문장으로.. 문장은 되도록 짧게, 그리고 중학생도 이해할 수준으로 쓰라고 했는데 나는 내가 다시 읽어봐도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모르게 길게 쓰고 있었다. 3학년 국어 교과서에서 학습하는 두괄식 미괄식 이야기도 나온다. 아무래도 두괄식이 에세이를 쓸 때는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독자들의 마음을 hook 할 수 있겠지.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더라 하고 길을 잃는 경우도 많은데, 해당 목차와 주제를 벗어나지 않아야겠구나..
한 문단에는 하나의 내용을 담아야지, 너무 많은 의견을 담으면 산만하다. 참고 자료를 구글에서 검색하는데, 너무 많은 인용은 안 하는 만 못할 것이다. 내가 쓴 글이 말이 되는지 여러 번 다시 읽어보는 것이 좋다. 글을 쓰고 커피를 마시고 돌아와 다시 읽어보면 맞춤법이나 문맥이 자연스럽지 못한 곳이 보인다. 쓴 글의 양이 재능을 이긴다는 말은 모든 책에서 강조하고 있었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고도 했다. 브런치 프로젝트를 응모해야겠다고 생각한 후 나는 오래 앉아 있었다. 오래 생각했다. 마감일을 맞춰야 하는 프로페셔널 작가의 고충도 느꼈다. 끝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나를 티브이 앞에서 책상 앞으로 데려왔다. 카운트 다운하는 모래시계를 엎어놓은 것처럼 나는 생각 후 글을 쓰지 않고 글을 쓰면서 생각했다.
다른 브런치 작가들이 보면 우스울 것이다. 나는 첫 번째로 만든 브런치 책으로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출간해놓고 보니 틀린 맞춤법이 보인다. 책을 출간하기 전 소개하는 글과 타깃을 쓸 때는 맞춤법 검사 기능이 없었다.. 다시 고치고 싶지만 고치지 못하고 나는 첫 책을 보면서 내내 창피해할 것이다.
글을 쓰면서도 남이 나를 알아보지 않기를 바랐다. 솔직한 내 마음을 주변에 잘 보여주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아픔을 내보이지 않고 혼자 삭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아줌마가 되어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읽는 것이 부끄럽다. 그러나 나는 프로젝트에 글을 응모함으로 나의 껍질을 깼다고 생각한다.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왔다고 바로 닭이 되는 건 아니듯, 세상이 신기한 병아리의 기쁜 마음으로 나는 주변을 다시 둘러보려 한다. 그리고 닭이 될 때까지 열심히 이곳저곳 다니며 주둥이로 많이 쪼아 보려고 한다. 닭도 다 다른 할 말이 있듯 병아리 작가인 나도 내가 쓸 수 있는 글이 있겠지.
책을 쓰는 비법이란 '책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이 성공의 반이다. 더 생각하고 고민하지 말고 일단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써 내려가 보자. 내려가다 보면 어딘가 닿는 곳이 있겠지. 그곳에는 나와 비슷한 작가들이 펑퍼짐한 엉덩이를 자랑하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