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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교달 Oct 10. 2021

워킹맘의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하여

자발적 워킹맘의 행복 제안

워킹맘은 왜 워킹맘이 되는 것을 선택했을까? 당신은 어떤 이유로 워킹맘인가?


 워킹맘은 사연이 있어야 했다. 자발적 워킹맘이라고 말해도 세상은 색안경을 쓰고 보았다. 남편의 벌이가 시원찮을 거라던가 혹은 자기중심적 일중독자일 거라는 꼬리표를 달아주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워킹맘의 이미지는 어떤가?

1. 정리 안된 귀신 산발머리

2. 구겨진 블라우스에 김칫국물

2. 늦게까지 학원을 돌거나 어린이집에 혼자 있는 아이의 어머니

3. 남편과 한 집에 동거하는 동지

4. 할 줄 아는 요리는 배달음식 데우기

5. 표정 없고 스트레스에 찌든 얼굴

뭐 대충 이런 이미지일까?


나는 자발적 워킹맘이다. 나는 집안일(육아 포함) 보다 잘하는 일이 밖에 있다. 사회적인 활동을 하고 싶고 나를 발전시키고 싶었다. 일을 좋아했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리고 경제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허방 지방 정신줄을 흘리고 다니고 이도 저도 아닌 바쁜 일상을 살아내는 그런 워킹맘이 아니다.

나는 왜 워킹맘이 되었을까?


나는 베트남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워킹맘이다. 15년 이상 같은 일을 한 나잇값으로 랭귀지 헤드 교사도 맡게 되었다. 큰 아이는 벌써 대학 2학년이 되었고 둘째 아이는 질풍노도의 10학년에 재학 중이다. 여느 엄마와 다를 바 없이 아이들 챙기고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다.

 내가 워킹맘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나는 집안일을 잘 못한다. 정리 정돈을 싫어한다. 책상 위를 보면 사람의 머릿속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나의 집의 상태를 보면 내 머릿속이 읽힌다. 집안일보다는 동네 마실이라도 나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의 교육은 자유방임을 지향한다. 대학을 가고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큰 아이와, 노는 것만 같아도 일등을 도맡아 하는 케이팝 가수가 꿈인 둘째 아이를 보면 나의 방임 교육이 그리 실패하지는 않은 듯하다.


둘째, 경제적인 활동은 당연히 해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좋은 사람 만나 시집가고 죽어서도 그 집의 귀신이 돼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당당히 흘려듣고 내가 선택한 질풍노도의 길로 들어간 케이스다. 사고 싶은 것도 많고 쇼핑 치료의 효과를 아주 잘 알지만 적당히 주머니와 협상할 줄 안다.


셋째, 교사의 삶이 좋았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아무 꾸밈없이 신나게 웃을 수 있는 찰나가 있어서 좋았다. 학교도 조직사회라 스트레스가 있다. 물론 영어 스트레스는 늘 따라다닌다. 그래도 교실은 나의 은신처가 되어준다. 국제 학교 교사는 한국의 그것과는 다른 장단점이 있지만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직업으로 나쁘지 않다.


넷째, 쥐띠로 태어난 업보로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을 타고났다. 아이디어가 늘 샘솟고 ' ~이러면 어떨까? '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댓 번 떠오른다. 어제도 친구를 만나 사업체 3개 정도 세우고 허물었다. 사회적 기업을 은퇴 후 세우고 싶은 것이 나의 꿈이다.


다섯째, 나는 내 엄마의 바람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직도 훌륭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지만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한 삶을 살면서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전쟁고아들을 위해 할아버지께서 설립하신 고아원을 운영하셨던 엄마의 모습에서 나는 훌륭한 사람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베트남에서의 워킹맘의 삶.


외국에서 산다고 뭐 특별히 다를 게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별하게 다르진 않지만 무언가 다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학교  준비하고 아이들을 깨우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먹고 7 15분에 픽업해 주는 차를 기다리고 학교에 가서 근무하고 4 15분에 퇴근한다. 야근을 하려고 해도 5 전에는 학교를 떠나야 한다. 교사들이 남으면 행정 직원들이 남아야 해서 부득이하게 남아야 하는 경우 미리 알려야 한다. 워라밸을 제법 지킬  있는 시스템이다. 한국에서 근무하던 시절 야근 10시간 넘기지 말라고 당부하는 직장상사의 걱정은 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당이 나가야 하고, 야근 많이 시키면 회사에서 쓴소리를 듣는다는 우려에서였다.  기억으론  달에 50시간을 찍은 적도 있었다.


아이들이 손이 가지 않는 나이라 나는 나의 자유 시간을 가질  있었다. 그래서 늦깎이 대학원 공부를 다시 시작할 여유가 생겼다. 게다가 시간당 3000원에 메이드를   있는, 직장맘에게는 가장  축복을 받았다. 일주일에    달에 8 원이면 퇴근  우렁 색시가 깨끗이 청소하고  집을 발견하는 호사를 누릴  있다. 워킹맘으로서  매력적인 가격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미친 짓이다. 영국에서  때는 목욕 욕조에 배추를 절여 김치를 담가야 했었고, 회는 런던에 2시간 차를 타고 나가야만 먹을  있는 비싼 음식이었다. 반면 이곳은 한국인이 먹고 싶은데  먹는 음식은 거의 없다. 제주도의 보말 수제비를 만들어 먹고 구룡포의 포항시금치를  먹을  있으며 마장동 투뿔 한우를 구할  있다. 나는 프로 워킹맘으로서 당당히 음식을 구매하는 자긍심? 가질  있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고 변명을 내세워도 먹힌다.


베트남에서 워킹맘으로 살면서 느낀 가장 좋은 점은 바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자발적 그리고 주도적인 인생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학교에서 행사가 있거나 추가 임무를 맡는 경우 미친 듯이 바쁘게 일하는 것은 한국에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야근을 해야 하는 압박감이나 퇴근해서도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는 없다. 4시 15분 이후에 오는 메일은 다음 날 출근시간 전까지 확인할 이유가 없다. 일단 직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와 지저분한 집을 청소하지 않아도 되고 밥을 부리나케 하지 않아도 저녁식사를 근사하게 차릴 수 있다. 이건 정말 워킹맘에게 신의 축복과 같은 일이다. 음식을 사 먹는 직장맘의 꼬리표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모두들 그렇게 사니까.


나는 퇴근하고 소파에 앉아 베란다 밖을 내려다볼 시간이 생기고, 아이들과 좀 더 눈을 맞추고 이야기할 시간이 생겼다. 생각이라는 것을 정리할 여유가 생겼다. 흔히들 말하는 워라밸을 지킬 수 있는 환경에서 행복한 워킹맘으로 살고 있다. 공부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것들에 시간을 쏟을 수 있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 안 할 마음의 여유가 있고 여차하면 집을 떠나 여행을 갈 수도 있다. 예산에 맞춰 저렴하게 여행을 가고 싶다면 한없이 저렴하게 혹은 한없이 럭셔리하게 떠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나는 더 이상 남과 비교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는 아파트에 따라 사람의 격이 달라지거나 모는 자동차로 편을 나누지 않는다. 남편의 직업이 더 이상 내 직장에서의 위치를 정하지 않는다. 나는 오롯이 내 능력으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인생의 계획을 짜고 멍 때림의 시간으로 휴식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한국에서의 나는 어쩔 수 없이 비교당하고 판단당하는 워킹맘이었다.


매일 야근의 연속이었고, 아이들은 학원에서 김밥으로 저녁을 때울 때가 많았고(그래서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김밥이다.) 주말이면 또다시 냉장고를 채우고 빨래를 돌리고 이불 킥 월요병을 맞이하고 살았다. 살던 곳이 제주도라 조금만 운전해서 나가면 바다를 볼 수 있었고 무언가 잡아오거나 얻어와서 식탁에 올리는 기쁨이 있었지만 워킹맘으로서의 조바심 나는 삶은 나에게 여유를 주지 않았다.



당당한 워킹맘의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도서관에서 대여해 읽은 [프랑스 일하는 여성처럼] 책에서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일하는 엄마들에게는 도움이 필수적이다. '일하는 여성'이라는 길을 선택했을 때 언제라도 도움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도움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도움을 이용한다. 그것이 돈으로 지불을 하는 것이든 인적 자원을 이용하는 것이든 당당하게 도움을 얻는다. 그것으로 우리는 시간을 살 수 있다.


둘째, 직장이라는 곳에서 기대되는 모습으로  스스로 속박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프랑스 여성들처럼 '세라비 인생'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생활의 미를 스스로 찾고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일들에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월급이 들어오는 월 말이면 아이들과 여행을 가거나 맛집을 찾아 음식을 함께 먹어보자. 어쩌면 가장 쉬운 사치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당당한 워킹맘들에게


나와 같은 자발적 워킹맘이거나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워킹맘이 되신 어머님들께 꼰대처럼 한 마디 남기고자 한다.


집안일 좀 못 하면 어떤가?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된다. 도움을 얻는 것에 죄책감을 갖지 않기 바란다.

비록 그 기회비용이 내가 버는 월급과 맞먹더라도 늘 그렇지 만은 않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들은 스스로의 인생을 살 줄 알게 되고 당신의 월급은 지금보다는 훨씬 많을 테니까.


스마트하게 일을 하자 우리. 너무 열심히만 하지 말고.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요령 다들 알고 있다고 나 자신을 믿자. 그렇게 해도 된다. 나 자신을 속박하지 말자.


일하면서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자. 어떠한 이유로든 월급은 늘 부족하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명언처럼 무언가 나를 위해 시작하면 그 비용은 늘 부족한 월급 안에 녹아든다. 시작한 것이 끝이 보일 때쯤이면 당신은 꽤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쉬운 사치를 즐겨보자. 주말에는 업무와는 다른 일을 한다거나 집을 떠나 여행을 해보자. 피곤한데 어딜 가냐고? 매주 가는 건 불가능하지만 한 달에 한 번쯤은 떠날 수 있지 않나?

내 인생의 여유는 내가 만드는 거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의 아이들과 가족.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게을리하지 말자. 그 어떠한 변명으로도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아이들은 금방 큰다. 남의 아이는 금방 크는 것처럼 보이듯, 남들도 나의 아이들을 보면서 그렇게 느낀다. 그러니 매 순간 하루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당당한 워킹맘의 지속적인 행복을 위한 소소한 잔소리였다. 우리 모두 더 행복할 자격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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