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교달 Oct 24. 2021

워킹맘의 시간, 돈 그리고 나이

내가 생각하는


요즘 직장인들의 투잡은 놀라울 일이 아니다. 직업이 더 있지 않아도 투자 광풍이 부는 이 시대에 뭐든 안 하면 뒤쳐지는 것 같다. 평생을 교사였던 내가 주식 계좌를 열어야 하나 고민하고 비트코인 공부를 해야 하나 기웃거린다. 정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벌써 내 나이의 대기업 사원들은 퇴직을 고민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나이와 비례해 흐른다.


요즘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돈, 시간 그리고 나이.

나는 과연 이 세 가지 관심사에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1. 워킹맘의 시간


상대성 법칙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이다. 워킹맘의 시간과 일반인의 시간은 같이 흐르지 않는다. 장소에 따라서도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직장에서 무언가 집중해서 일을 끝내야 하는 날, 아이들을 픽업해야 하는 시간이 눈 깜빡할 사이에 온다. 아이들을 재우고 일을 더 해야 하는 밤에 아이들은 절대 수월하게 잠에 들지 않는다. 그러다 잠깐 같이 잠에 들어 화들짝 깨 보면 아침이다. 가끔 시간이 더디 가는 경우도 있다. 남들의 아이는 금방 크는데 유독 나의 코흘리개 아이들은 안 크는 것 같다. 무언가 계속 챙겨줘야 하고 일하다 말고 담임 선생님의 전화도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뒤치다꺼리를 하며 마감을 겨우겨우 맞춰가는 날이 지속되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다 커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제 이 아이들은 엄마의 손길보다 엄마의 돈이 더욱 감사하다. 엄마는 그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면 그뿐.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다.


일주일 내내 혼이 빠지게 일하고 나면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은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싫기 마련이다. 그래도 어쩌나. 아이들의 엄마 역할을   있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있는 때가 주말 아닌가. 물론 아이들이 집에 없는 주말경우가  많지만 함께 있는  소중한 시간에 핸드폰을 보거나 컴퓨터를 켜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남들의 아이들이 훌쩍 크는 것처럼 나의 아이들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있다. 시간이  때마다 가까운 곳이라도 함께 산책하고 비싸지 않은 곳에 여행도 가도록 해야 한다.


워킹맘의 시간은 일반인의 그것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그 빠른 시간 속에서 남겨야 할 것은 돈 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둥지를 떠나고 혼자의 인생을 살 때 곱씹을 수 있는 추억과 사랑을 남겨야 한다.



2. 워킹맘의  돈


워킹맘의 급여 통장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 돈은 잠시 머물렀다가 금방도 사라진다. 급여의 10프로는 자신을 위해 쓰라는 선배들의 말 따위는 잊은 지 오래. 월급이 거의 아이들의 학원과 배달 음식으로 사라진다. 아이들을 맡겨야 하는 경우 도우미 선생님이나 시부모님의 시급은 엑스트라다. 남들은 코인이다 주식이다 떡상 이야기로 꽃을 피울 때 워킹맘은 떡상인 얼굴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쁘다.


월급은 항상 모자란 법이다. 40 넘어가면서 터득한 진리다. 뭘 해도 부족하다면  자신을 위해 쓰라는  급여의 10%한번 써보자 생각했다. 잠시  떨릴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월급은 모자라지 않나? 모자람에 모자람을 조금 보태는 것일 뿐이다. 어느 순간 통장에 돈이 남는 것을  때가 온다. 경력이 어느 정도 붙으면 급여도 올라가고 승진을 하기 때문이다. 존버 하면서 통장에 돈이 남기 시작했다.


50을 바라보며 내가 정말 잘했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자기 계발을 위해 나에게 투자한 10%의 돈이다. 주식을 하거나 코인을 하지 않았어도 나는 나에게 투자했다. 그것이 대학 공부가 될 수도 있고, 직장에서의 연수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스터디에 가입하기도 하고 취미를 시작하기도 했다. 국어 교사이지만 영어를 잘하고, 악기를 가르칠만한 재능이 있으며 캘리그래피를 즐겨한다. 이 모든 배움이 협력해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나의 성실함을 아이들이 곁에서 보고 배웠다.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스스로 성실했다. 아이들의 학원비로 나가지 않은 돈은 나를 성장시키고 또 아이들을 성장시켰다.


워킹맘의 돈은 더 빨리 스쳐 지나가지만, 남들과 다르게 스치고 남는다. 남은 것이 돈이 아니더라도 돈보다 가치 있는 것이 평생 함께 한다. 그러니 통장이 텅장이 되어도 연연하지 말자. 30대의 통장이 텅장이었더라도 40대 50대의 내 급여는 돈도 남고 보람도 남는다.




3. 워킹맘의 나이


나는 거리를 지나가다 아줌마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는 나이다. 그러나 유독 직장에서는 젊어 보이려고 노력한다. 옷도 영해 보이도록 입는다. 피부관리도 빠지지 않고 하려고 노력한다. 엄마 같은 나의 선배 선생님은 워킹맘의 외모는 실력이라고 했다.


나는 진짜 실력이 문제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했다. 여성 폄하 발언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임신 만삭일 때의 몸무게를 찍고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몸은 나의 정신 상태를 소리 없이 말해준다. 미친 듯 바쁘게 일하다 보면 아이들 밥 챙기고 남은 음식은 모조리 나의 것이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달달한 도넛과 혀에 불이날듯한 불닭에 소주를 찾는다. 그러다 보면 임신 때의 몸무게를 능가하는 순간이 오고 나의 자존심은 끝없이 추락한다. 주변에 대부분 외국 국적의 동료들이라 느슨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새로 부임한 젊은 선생님들이 아닌 이상 나를 능가하는 몸무게를 갖고 있는 선생님들도 많다. 게다가 늘씬하다는 소리까지 듣기도 하면 그때부터 착각에 빠진다.


외모는 실력이다. 즉 바삐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자신을 돌보고 운동을 거르지 않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신감이 있다. 자신감은 자긍심, 자기 효능감을 만들고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외모와 실력은 여자에 국한된 말이 아니다. 이 나이에 바디 빌더가 될 이유는 없다. 걸그룹이 될 수는 더더구나 없다. 그러나 바쁜 하루 중 나를 위해 한 시간이라도 투자하는 직장인이, 단추가 터질 듯 배가 나오고 살이 찜을 직장의 스트레스와 회식으로 돌리는 사람보다 멋져  보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나는 정년을 꽉 채울 때까지 일하고 싶다. 나의 보스가 서류를 봐야만 나의 나이를 인지할 수 있기 바란다. 건강한 육체를 오래 간직하고 싶다. 너도 나도 "You"인 직장에서 나이 대신 실력으로 존경받는 교사가 되고 싶다.



이전 08화 브런치 작가는 아무나 하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