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요즘 사람일 수는 없잖아

나는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까?

by 디아

휴직이라는 이름으로 일을 안 한 지 어연 몇 년 째다.

정확히 세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일을 다닌 시간보다 일을 안 한 시간이 더 길어지는 느낌이다.


이제 누가 나한테 물으면 (아니 솔직히 누가 나에게 물어보는 일도 거의 없다.) 가벼운 사이에서는 그냥 주부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지 뭐. 아이 유치원 보내고 자기 시간 보내고 아이 하원하러 가서 아이랑 시간 보내고 저녁 차리고 집 청소하고.. 영락없는 주부가 맞다.

내가 주부가 될 줄이야!

인생은 역시 어찌 흘러갈지 모를 일이다.


아이를 대신 봐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와 아이가 부모를 찾는 소중한 10년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을 그만둬야겠다 마음을 먹긴 했지만 그래도 갈대처럼, 아니 아주 야리야리한 잡초처럼 자꾸 흔들린다.

그래, 그만둬! 아~ 속 시원하다! 얼마나 힘들었어. 얼마나 무서웠어! 생각하다가도

정말 그만두는 걸까? 생각하다가 가끔 눈물이 왈칵 나올 정도로 슬프기도 하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데,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혹은 난 이대로 ㅇㅇ엄마로 남는 걸까 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나도 그 일을 좋아했었다. 그런 부분이 분명 있었다.

일 년을 잘 가꾸어 우리 반만의 특색 있는 일 년을 이끌어 나가는 것, 아이들과 우당탕탕 보낸 하루의 소중한 추억들. 우리만 알고 있는 소소한 우리 반만의 대화들. 그런 게 좋았다. 그래, 솔직히 내 적성과도 맞는다.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그만둘 생각을 1이라도 했을까?

늘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만두진 않았을 거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하던 시간 동안도 버겁고 힘든 일이 있어서 그만두고 싶다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영락없는 우물 안 개구리인 나는 한 번도 우물을 나올 생각을 안 했을 거다.


결국 휴직이 끝나고 결정을 해야 할 때, 결국 나는 정말 쿨하게 안녕할 수 있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요즘의 나는 예전의 일을 그만둔 나를 상상하며 앞으로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나도 이런 기회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조금이라도 용돈벌이를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이가 유치원에 가있는 동안의 몇 시간, 아이를 재우고 몇 시간 정도 일을 할 수 있다면 보람 있을 텐데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인스타나 유튜브 해봐!라고 말해주던데 나도 몇 번이나 생각하고 시도도 해본 일이긴 하다.

요즘은 자기 pr의 시대라지만, 아무래도 나는 나를 드러내는 게 꺼려진다.

모르는 다수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이 싫고 무섭다.(이 놈의 겁 많은 성격은 어찌할 수가 없나 보다.) 특히 얼굴이나 목소리 등 나를 알 수 있는 것을 드러내는 것은 더 싫다.

인플루언서들은 참 용기가 있는 거 같다. 어떻게 자신의 일상이 드러나는 일을 매일 즐겁게 할까


남편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니 남편이 웃는다.

그럼 요즘 시대에 아무것도 못하겠는데? 하고 말이다.


그래! 난 정말 못하겠다. 그리고 하더라도 별로 즐겁지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고는 싶지만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잘 모르겠고 유지가 잘 안 된다.

그런데 말이야. 세상에는 분명 이런 사람도 있는 거잖아.

모두가 다 요즘 시대에 걸맞은 사람들은 아니잖아.

어디 나 같은 사람 없나요? 드러내지 않다 보니 잘 안보이겠지만 마음속 깊이 손은 흔들어주세요.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내 인생은 어찌 흘러갈까?

지금껏 목표를 보고 달리고 늘 상상되는 미래를 꿈꿔왔는데 휴직이 끝나는 1년 뒤 내 인생은 캄캄하다.

이런저런 고민만 하다가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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