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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Oct 09. 2017

직박구리는 내일 일을 염려하지 않는다

교정에 앉아있던 직박구리

꽃이 화창하게 피어오르던 지난봄, 

학교 교정에 아름드리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에 심취해 감탄을 자아내고 있을 때 손님이 찾아왔다. 

직박구리였다. 

이 놈은 봄이 되면 물론 벌레도 잡아먹지만, 진달래나 벚꽃 잎을 따먹기도 한다. 

긴 겨울 동안 뭘 먹고살았는지 씩씩하기만 한 모습을 보면서,

이 새는 내일 일을 염려할까를 생각해보았다. 


직박구리는 겨울을 나기 위해 창고를 짓고 곡식을 모으거나, 봄에 파종을 해 가을에 수확을 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때마다 먹이와 물을 누군가가 챙겨주어야만 살아가는 존재도 아니다. 


'도대체 누가 이 새를 기르고 있지?'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새가 천억 마리쯤 된다던데, 이 새들이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참새가 끼니를 굶었다고 밥 한 끼 달라고 우리 집에서 기르는 앵무새를 찾아온 적은 없었다. 

자연 재앙으로 홍수나 가뭄이 나서 농작물의 씨가 말라도 공주의 새는 여전히 평화롭게 날아다니곤 한다. 


우리가 염려를 하는 것은 욕심 때문이 아닐까?

내일에 대한 근심은 우리의 뼈를 마르게 만든다. 

지금 있는 것으로 족하고 오늘 나에게 주신 양식으로 만족한다면 왜 내일 일이 염려가 되겠는가?


근근이 살아가더라도 오늘 나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 자족(自足)한다면 

우리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것이다. 


새들이 유유히 하늘을 날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본다면 

삶의 테두리에 갇혀 모든 염려를 짊어지고 비참하게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해야 한다. 


내려놓으면 큰 일 날 것 같았는데, 놓으니 그 순간 행복해졌다고 말하는 사람을 많이 봐왔다. 

내가 가진 게 너무 많아서 불행하다면 당장 쥔 손을 펴야 한다. 

오늘 내가 굶지 않고 세 끼 식사를 하였다는 사실에 감격해한다면 

내일 내가 취하고 싶은 명예와 부와 지식에 대한 부족감으로 인한 염려는 사라질 것이다. 


모든 염려는 하늘에 맡기고, 

나는 다만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삶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대부도에서 새우깡을 먹으려고 날아든 갈매기도 내일 일을 염려하지 않는다!

대부도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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