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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May 07. 2019

인내

돌단풍이 남긴 교훈


지난여름에 이 계곡에도 물이 많아져서 저 돌단풍을 여러 번 쓰러 넘어뜨렸을 텐데 저렇게 꿋꿋하게 견뎌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다니 놀랍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꽃이 뿌리를 내린 곳이 커다란 바윗돌이라는 것이다. 돌단풍은 그 이름처럼 돌이 있어야 잘 자란다고 한다. 이렇게 습하고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에서도 바위만 있다면 잘 자란다.      


뿌리에 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뿌리가 물을 싫어한다는 말이다. 돌단풍을 키워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물 빠짐이 좋아야 잘 자란다는 것이다. 이런 계곡에서는 사방에서 물이 튀고 습도가 높을 것은 뻔한데, 그 뿌리만은 여전히 물에 흠뻑 젖지 않고 어느 정도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바위틈에 뿌리는 내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아는가? 실과 같은 그 연약한 뿌리로 눈곱만큼씩 바위의 약한 부분을 찾아서 이리저리 찾아 헤매다가 한 걸음 나아가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눈물겨운 장면인가?      

돌단풍의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아름답다. 하얀 꽃 이파리 가운에 오순도순 모여있는 붉은 수술이 활짝 벌어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연한 녹색을 띤 암술이 오뚝 서 있다. 암술은 두 개이고 열매도 쌍으로 맺는다. 

     

혼탁해져 가는 세상의 흉흉한 물결은 어떻게든 우리를 넘어뜨리려 한다. 시대를 거스르지 말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맡기라고 유혹을 한다. 우리는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바위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아주 연약한 뿌리로 그 견고한 바위를 아주 조금씩 벌리면서…….     


돌단풍이 하는 얘기를 잘 들어보았는가?

이 인내의 꽃을 보면서 우리를 돌아보자. 심지가 견고한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너도나도 우르르 몰려가는 곳이 꼭 옳은 길은 아닐 것이다. 지금 조금 어렵더라도 이렇게 보낸 각고의 시간이 지금 방황하고 있는 한 사람을 옳은 길로 인도할 훌륭한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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