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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Mar 22. 2016

황량함을 물리치는 존재감

존재감


여기는 분명히 유채꽃밭인데

유채꽃은 다 져서 이제 씨앗이 영글고 있을 뿐인데

한 뼘 남짓한 코스모스가 아주 작은 꽃을 피우고 

하늘 향해 외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화려환 유채꽃이 만발할 때

아가 코스모스는 잊힌 존재였고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인내해야만 했다.


꽃도 이파리도 다 사라질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꽃망울 터뜨린 청년 코스모스

황량함을 지우는 지우개


내년에도 이 곳에서

코스모스 어린 새싹이 

생명의 신비로움을 뽐내며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다



**

그냥 지나쳐버릴 뻔했다. 

노란 유채가 만발했을 때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사진도 찍고 감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막 싹이 난 코스모스의 존재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황량해 보이는 식물들 사이사이에 고운 점찍어내며 피어난 코스모스를 한참 바라보기 아름답기 그지없다. 

코스모스가 한여름이 오기도 전에 만개한 이유를 알만도 하다. 

그들은 작지만 성숙하다. 곱게 피어난 코스모스가 들판의 황량함을 아름답게 치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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