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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09. 2022

희귀병 환자가 되었다 4: 증상과 약물 부작용

나의 주요 증상과 약물 부작용은 이렇다

 재생 불량성 빈혈을 동반한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을 진단 받은 지는 9주째,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 경구 투여하기 시작한 지는 5주째가 되어간다. 면역억제제 투여  혈소판과 혈색소 수치가 약간 올랐다가 안타깝게도 다시 떨어지고를 반복해서, 담당의 선생님의 판단에 따라 ‘항흉선글로불린(antithymocyte globulin: ATG)’ 주사제 치료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병실이 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주사제는 일주일 정도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며 투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학병원이라는 곳이 워낙 병실 나기가 만콩이(나의 동거 고양이) 발톱 깎기 수준으로 어려운지라(...) 무한정 대기 중이다. 그래서 기다리는 동안 지금까지 겪은 증상과 복용 중인 약물의 부작용 증상을 정리해 적어볼까 한다.   

  

재생 불량성 빈혈 증상들     


1. 저혈압     

 1시간 이상 의자에 오래 앉아있다가 일어나거나 갑자기 고개를 뒤로 젖히거나 하면 순간적으로 팔, 다리에 힘이 풀려서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주저앉거나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잡고 있지 못해 떨어트리거나 할 정도로 저혈압이 심했다. 유리 물병을 놓쳐 깨트리거나 거실 협탁 위로 쓰러져 다리 하나가 어긋나는 등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물건 하나씩 해 먹었다.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하고 나니 내가 내 몸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게 생각보다 큰 두려움으로 다가와 외출을 꺼리게 되었다.     


2. 호흡 곤란     

 50미터 정도만 걸어도 전력 질주를 한 사람처럼 숨이 엄청나게 가쁘다. 계단 오르기는 말할 것도 없다. 2, 3층을 올라갈 때마다 한 번씩 쉬어줘야 한다. 이 역시 외출을 꺼리게 되는데 한몫한다.

    

3. 만성 피로     

 정말 피곤하다. 무지무지하게 피곤하다. 대체로 몸에 힘이 없다. 한참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고, 눕기만 하면 잠이 온다.

 


약물 부작용들

     

1. 고혈당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 치고 건강검진 등을 할 때 한 번도 혈당을 지적받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스테로이드 복용 이후로 혈당이 치솟아 현재 내분비내과 당뇨병센터 진료도 같이 받고 있다. 슬프다.     


2. 월경 과다     

 한 달 가까이 월경 중이다. 양도 꽤 된다. 피가 모자라서 약을 먹는데 피가 빠져나가다니. 사이클로스포린 부작용 중에 월경장애가 있다. 그래서 아무래도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인가 보다 추측하고 있다.     


3. 위 쓰림     

 잠을 설칠 정도로 명치 부근의 통증이 심했다. 음식을 삼킬 때마다 아파서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담당의께 이야기해 추가 위 보호제를 처방받았고 복용 이후로는 증상이 사라졌다.     


4. 근육 경련     

 가끔씩 가만히 있는데 주로 다리 쪽 근육이 혼자서 움찔거린다. 가장 심했을 때는 쥐가 날 때 맨 처음 느껴지는 강한 통증이 반복해서 십여 분간 계속된 적이 있었다. 죽는 줄 알았다. 아무래도 피가, 정확히는 헤모글로빈이 날라주어야 할 산소가 순환이 잘 안 되어서 그런 것 같다. 바로 누워서 다리를 편하게 하고 있었더니 점차 통증이 사라지기는 했다.     


5. (다시) 만성 피로     

 빈혈 때문에도 피곤한데, 약 때문에도 피곤해서 거의 매일 좀비 상태로 있다. 못해도 하루의 반은 잔다. 현재 무급 휴직 중이라 생계를 위해 프리랜서 사이트에서 글이나 보고서 작성해주는 외주를 받아하고 있는데, 원래는 결과물을 기한보다 일찍 보내주고는 했지만 요즘에는 기한을 겨우 맞춰서 보내는 일이 잦다. 도저히 정신이 안차려 져서 박카스의 힘을 빌려야 할 때도 있다. 괴롭다. 이 네 번째 이야기를 3주 만에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먹고살겠다고 병원에서 수혈받으면서 일하는 중


 이외에도 속 울렁거림, 약간의 두통, 소화 불량, 손 경련 등이 약하게 있다. 먹는 것도 별로 없어서 살은 쭉쭉 빠지는데 – 외출도 거의 안 하는데 6kg이 줄었다 – 혈당은 높아서 당뇨병 치료를 받아야 하다니 좀 억울하다. 술도 완전히 끊고 두 달 동안 생일날에 빅웨이브 한 병 마신 게 다인데. 까딱하면 이 와중에 인슐린까지 맞아야 될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 중이다.



 매주 한 편씩 제 투병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 겪는 일이라 얼떨떨하고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일기로 기록해가며 이겨 내보고자 합니다. 다소 특수한 정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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