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지인의 집에 방문해서 본 아이의 책 이름이었다. '무엇을 먹고 사나.'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 제목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난 제목을 보자마자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게, 뭐 해 먹고 살지. 실제로 책의 내용은 동물들의 다양한 먹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말 그대로 어떠한 것을 '먹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코끼리는 풀, 고양이는 생선같은 것들 말이다. 동물은 자신이 살고자 먹이를 찾지만, 인간은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당장의 생존보다는 좀 더 미래를 바라보는 셈이다. 단순한 생존 혹은 끼니 해결의 문제를 넘어서서 나의 경력, 정체성, 나아가서 미래까지 생각하는 삶이랄까.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업을 했지만 그의 기쁨도 잠시, 이걸 평생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침 저녁으로 사람들에게 치이며 출퇴근을 하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이 견딜 수 없게 불편해졌다. 어릴 적 없어진 줄 알았던 아토피가 재발하며 온 몸에 열꽃이 피어 한 달 넘게 치료를 받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깨달았다. 이건 아니야. 그렇게 첫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대학생 때 했던 강사 생활을 떠올려보았다. 생각해보니 그 일이 좀 더 적성에 맞는 듯 싶었다. 한두달 쉬면서 몸을 다시 추스르고 여러 학원에 지원을 했고, 그 중 마음이 맞는 곳과 일하게 되었다.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그만두게 되었다. 이번에는 빨리 그만두지 않으려 몇 달을 쉬며 고민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그러다 오래 알고 지낸 선생님께서 필리핀 영어 연수 캠프에 보조교사를 추천해주셨다. 잘은 모르겠지만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덜컥 비행기를 타버렸다. 사실 이 시기에 다시 회사를 들어가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상반기 공채를 준비중이었는데, 일단 그냥 무작정 저질러버렸다.
그렇게 필리핀에서 4달 남짓을 보내자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내가 영어 강사이니 당연히 영어를 잘하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한국에서 영어를 잘하는 것과 스피킹은 다른 문제다. 아무튼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와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초기 정착금을 모았고 7개월 후 호주로 떠났다.
하지만 호주에 도착한 시기는 11월. 크리스마스를 앞둔 호주에서는 구인을 거의 하지 않아 두 달 가까이 백수로 지내며 정착금을 거의 써버렸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싶었을 때 한 피부관리실의 리셉션으로 합격하며 호주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년 정도를 일하고 이후에는 운이 좋게도 마케터로 반 년 넘게 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경험을 쌓아오면서도 내가 너무 재미만 좇으면서 살았나, 한 분야 경력을 잘 쌓을 생각을 안했나, 라는 물음표가 마음 속에 떠올랐다. 하나 둘 생기던 물음표가 어느 새 열 손가락을 넘었고, 자기 전 머릿속에 떠오르면 좀처럼 사라지지를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첫 회사에 들어가서 꾸준히 일을 하는 걸까? 지인들은 이거 아니면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다들 그렇게 흥미없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뭘까? 재미없는 일을 어떻게 견디고 계속할 수 있는 걸까?
아직 답은 찾지 못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