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나가겠지?

by 루헤 Ruhe

참고 견뎌야 하는 때인지 그럴 필요가 없는 시기인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지금 너무 힘든데 이걸 견뎌야 내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인건지 아니면 그만둬야 하는 순간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20대를 보냈는데 결국 답을 내리지 못한 채 30살이 되었다. 이 고민은 분명 나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고 나 또한 20대에만 하는 고민은 아닐 것이다.


날이 좋아 오랜만에 이재와 새로운 카페에 갔다. 요즘 우리의 관심사 아닌 관심사는 비자 만료 후 한국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살지다. 나도 이재도 여러 고민과 선택을 해왔고 그 결과 한국에서 정착하는 것 대신 호주의 삶에 도전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멜버른에 왔다. 한 발자국 떨어져 지난 삶을 생각해보니 이재 또한 내가 참고 견뎌야 하는 순간이 있지는 않았을까 의심이 든다고 했다. 나라고 그런 의심 안 했을까. 나 또한 호주에 살면서 자주 불안하고 퇴사 후 아직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한 것도 초조할 때가 많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아직 우리가 견뎌야 할 이유가 있는 곳을 만나지 못한 건 아닐까? 호주에 처음 왔을 때 2달을 일 없이 살다가 결국 좋은 직장을 갈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연봉이 될 수도 있고, 회사의 가치일 수도 있고, 복지일 수도 있고, 여러가지 후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버티자는 마음을 갖게 해 줄 무언가가 있는 단 한 곳. 어쩌면 우리가 지금 이 시기에, 함께, 호주에 있는 것 또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종교는 없지만 약간의 운명론자로서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래서 퇴사를 생각하던 때보다 지금 훨씬 더 마음이 충만함을 느낀다. 오히려 곧 다가올 다음이 기대가 되고 그걸 위해 지금 나를 더 갈고 닦을 때라고 생각한다.


몇년이 지난 언젠가 우리가 이 카페에서 나눈 대화를 떠올리면서 웃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 때는 왜 그렇게 걱정이 많고 불안해했는지 모르겠어, 하면서 말이다.

토요일 연재
이전 05화4화. 왜와 무엇, 어떤게 더 궁금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