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와 나는 식사에 대한 생각이 좀 다른 편이다. 일단 이재는 빵을 좋아하고 그것이 식사로 충분한 사람이지만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는 쌀을 먹어야 식사라고 생각한다. 빵은 그저 나에게 간식에 불과하다. 배가 차기도 전에 빵맛이 물리는 기분이 든다. 삼시 세끼 뭘 먹을지 생각하는 게 나에게는 약간의 스트레스인데 이재는 고민하는 걸 재밌어한다. 뭐, 그렇다고 늘 새로운 요리를 한다거나 레시피를 연구하는 건 아니지만 있는 재료로 어떻게 먹어볼까 하는 고민 정도는 하는 편이다. 반대로 나는 이미 아는 음식을 먹는 것도, 며칠 이어서 같은 음식을 먹는 것도 그렇게 싫어하진 않는다. 이재는 싫어하지만.
맛있는 음식은 나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건 맞지만, 좀 더 나아가서 건강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 나름 식단 조절 아닌 조절을 한다. 단 걸 자주 먹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 달달한 커피나 주스류를 좋아해 하루에 딱 한 잔만 마시려고 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자를 막 먹게 되서 양을 정해 그릇에 담아 먹기도 한다. 아침에는 특히 당이 치솟는 걸 막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단 건 절대 입에도 안 대고 커피도 안 마신다. 공복으로 넘기거나 삶은 계란, 요거트 등 건강한 음식을 먹는 편이다. 언제나 깨끗한 식단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라면을 정말 좋아하고 마라탕은 사랑하는 것에 가깝고 새우깡이나 알새우칩같이 식감 좋은 과자는 늘 구비해둔다. 그렇기에 그냥 밸런스를 맞추면서 살고 있다. 어제 너무 많이 먹었거나 좋지 않은 음식들은 먹었다면 다음날은 좀 더 무난한 음식과 유산소 운동을 해주는 식으로.
반면에 이재는 디저트를 참 좋아한다. 나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워낙 빵 자체가 당이 높고 단 맛까지 더해지니 나에게는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릴 뿐. 그래서 한국에 살 때의 이재는 식빵은 어디가 맛있고 쿠키는 어디가 맛있는지 알고 있었다. 호주에서 그와 2년을 지내면서 자주 사오는 디저트에 한입만을 시전하며 서서히 젖어들더니 내 손으로 케이크를 사는 날이 왔다. 사실 나에게 케이크는 생일 때 먹는 것 혹은 친구들끼리 카페 가면 한 조각 정도 입가심으로 주문하는 것이었기에 꽤 큰 변화였다. 그냥 케이크를 먹고 싶어서 한 조각 샀다니. 몇 년 전의 내가 들으면 참 놀랄 만한 일이다.
이재는 나에게 기본 빵을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잼을 바른 뒤 치즈를 올려 먹기도 하고, 크림치즈를 발라 복숭아를 올려먹기도 하고 가끔은 청포도나 블루베리 등 제철 과일을 올리곤 했다. 치즈와 과일을 같이 먹은 적이 없어 잘 몰랐는데 꽤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여전히 배는 부르지 않지만). 그래서 한동안 빵에 빠져 아보카도와 복숭아를 매일 사다 나르기도 했다.
나는 이재에게 단백질과 야채를 좀 더 챙겨먹자고 꾸준히 말한다. 이건 나도 챙기기 힘들지만 섭취량이 적고 운동량도 없는 그와 오래 보려면 그도 건강해야 하지 않은가. 식습관이라는 말이 있듯이 서서히 습관을 들이면 자연스럽게 몸에 붙게 된다. 몸을 키우기 위해서 단백질을 먹는게 아니기 때문에 밥을 먹기 전에 딱 하나만 생각한다. 지금 내 눈 앞 식사에 단백질이 어느 정도 들어있는게 맞는지. 정 없다면 달걀 후라이나 냉동소고기를 조금 볶는다. 아니면 애초에 단백질이 들어있는 재료를 먼저 사거나 떠올리고 그에 맞는 메뉴를 생각해내기도 한다.
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식구가 되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서로의 생활습관은 다를 수 있어도 함께 무언가를 먹으면 입맛도 알 수 있고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입맛을 깨닫기도 한다. 타인과 함께 사는 재미 중 하나이기도 한다. 물론 각자의 입맛을 존중해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