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와 대화를 하다보면 '왜'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왜 그렇게 생각해? 왜 좋아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그냥 그런거지 이유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재는 마음 속 깊이 있을 뿐 이유가 아예 없는 말과 행동이라는 건 없다고 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았다.
이재는 '왜' 질문으로 사람을 이해한다. 어떤 연유로 그렇게 생각을 하고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래야 그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다고 하면서.
반대로 나는 '무엇'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당신의 의견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한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면 보통 나는 어떤 종류의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지 묻고 이재는 왜 매운 걸 좋아하는지 묻는 편이다.
이 차이를 알게 된 건 호주 생활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느 때와 같이 둘이 산책을 하던 중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본 나는 '오늘 하늘이 예쁘네.' 라는 말을 했다. 해와 구름을 사랑하는 나이기에 하늘이 예쁘다는 말을 자주 했었고 그래서 별 생각이 없이 말을 했었다. 그런데 이재가 대뜸 '너는 하늘이 왜 좋아?'라고 말을 했다. 하늘이 왜 좋냐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질문이었다.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딨냐고 하자 이재는 아주 이유가 없을 수는 없지 않냐고 했다. 맞는 말일지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하늘이 예뻐보이는 것에 이유를 붙일 수 없었다. 그냥 예뻐보이는 걸 뭐라 설명한담. 그냥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건데, 참. 이재는 말을 덧붙였다. "너는 호불호가 강한 사람이고 뭘 봐도 예쁘다 소리를 한 걸 별로 본 적이 없는데 하늘이 예쁘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서 신기해서 물어본거야."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참 애정섞인 말인데 그 당시에는 좋아하는 감정을 자꾸 분석하려 드는게 싫어서 그냥이라고 얘기했던 것 같다.
나는 한 사람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더 알고 싶은 편이고 이재는 그 정보에 숨겨진 생각을 알고 싶어 하는 듯 하다. 나보다 생각을 깊이 하는 성향이기도 하고. 하지만 가끔가다 하나의 대화 안에 '왜' 질문이 많이 나오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때는 천진난만해서 모든게 궁금한 7살 아이를 마주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근데 내가 이렇게 말하면 모든게 궁금한게 왜 천진난만하다고 생각하냐고 물어보겠지, 이 물음표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