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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울 Apr 23. 2022

당신은 꿈을 찾아본 적이 있나요

기억이 희미해지는 시절부터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한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장래희망이 뭐야?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은 미래의 꿈을 물었고,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종이에 적어내야 했고, 대학 입시 면접에서조차 그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었다. 그놈의 장래희망이 뭐길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있는 '장래'와 '희망'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장래, 다가올 앞날. 앞으로의 가능성이나 전망.

희망,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람.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

두 가지 정의를 합쳐보자면 미래에 이루거나 하기를 바라는 어떠한 일을 지칭하는 말인듯 싶은데, 적어도 나의 학창시절 때는 조금 다른 의미로 알고 있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 즉 직업으로 인식했고 보통의 질문자들은 이러한 대답을 원했다.


꿈 혹은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직업으로 대답하는게 일반적이었고, 어떠한 일을 말하는 건 극히 드물었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본 것이므로 타인과 다를 수 있음) 개인적인 대답의 역사를 읊어보자면 초등학생 때 학생들을 통솔하고 가르치는 선생님을 존경했고, 중학생 때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고등학교로 진학해서는 승무원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말했던 승무원이라는 개념은 흔히 말하는 적성이나 흥미를 고려한 것이 아닌 타인이 나를 봤을 때 납득할만한 직업이었다. 그 당시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었고, 승무원하면 떠올릴만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보통 대답을 들은 상대방은 이유를 딱히 묻지 않아도 이해가 된다는 듯 구태여 말을 보태지 않았다.


그 후 물 흘러가듯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다 학원강사로 살게 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하고 있는게 맞나? 십 몇 년을 대학교를 들어오기 위해 공부를 했지만 내가 원하던 전공을 공부하지 않았고, 한 때 꿈꾸긴 했지만 곧 접어버린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진짜 내가 꿈꾸던 미래였나?


어릴 때부터 춤추는 것을 좋아했고, 예쁘게 스스로를 꾸미는 것 또한 좋아해 옷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늘 그건 취향에 불과할 뿐 이와 관련된 어떤 걸 해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었다. 아마 허황된 꿈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문득 좋아하는 옷의 대부분이 강사의 이미지와 맞지 않아 점점 옷장에서 사라지는 걸 인지한 순간, 갑작스럽게 허무함을 느꼈다. 누군가에게는 이게 별 일 아닐 수 있지만 좋아하지 않는 옷을 입고 대부분의 일상을 지낸다는게 내게는 꽤 큰 상실감이었나보다. 그렇다면 좀 더 자유로운 일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아직까지 내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아니라는 생각에 과감히 학원을 정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면, 이번에는 배우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 친구는 대학교 때 처음 만났는데 그 때 당시에 모델 활동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고, 최근에도 강사보다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직업이 어울린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래서 이 친구에게 워킹모델이 되고 싶은지, 룩북이나 패션쪽 모델이 되고 싶은지 아예 갈피를 못 잡겠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이어진 친구의 말에 순간 멍해졌다. 대학교 하나를 들어가기 위해서도 십 몇년을 공부했는데, 네가 뭘 하고 싶은지를 이제 고작 며칠 생각해서 되겠느냐, 지금은 그걸 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할 때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정말 중요한 주제인 것이다. 하다못해 직업검사, 성격검사가 늘 인기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아직 나는 장래희망과 직업을 같은 선상에 놓고 바라보면서 내 꿈을 좇아갈거라는 역설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을 좀 더 편히 먹고 희망에 초점을 맞추자, 하고 싶은 직업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자. 새로운 탈피를 위한 올해의 슬로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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