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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울 Aug 08. 2022

2인 이상 시키셔야 됩니다

혼자 살면 내가 먹고 싶은 것과 때를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때때로 뭘 먹을지 고민하는 순간이 온다. (꽤 자주) 배달을 시켜먹으려고 해도 단 한 끼를 먹기 위해서는 만 원 이내에서 해결하기가 어렵다. 1인 가구가 서러워지는 순간 중 하나다. 특히 찌개나 국 종류는 1인분만 딱 만들기가 정말 어렵다. 예전에 엄마가 말한대로 1인분만 끓이면 맛 없다는 말이 진짜였을까. 자취를 한 이후로 한 끼를 위한 양만 만들어 먹은 것이 손에 꼽는다. 대부분 양이 넘쳐 남은 양은 냉장고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 시간이 지나면 까먹어버려서 쓰레기로 흘러들어가는 것들도 꽤 된다.


그리고 혼자 살다보니 나 하나 맛있게 먹자고 근사하게 차리기가 귀찮아진다. 반찬을 더 꺼내 놓으려다가도, '에이, 나 혼자 먹는건데 대충 먹지' 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1인 가구에서는 스스로 식사를 잘 차려주지 않으면 아무도 그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혼자 있으니 뭘 차려먹기가 은근히 귀찮다는 것. 내가 가장이라는 마음으로 나를 챙겨야만 한다.


사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살아서인지 밥을 굉장히 중요시여겼다. 아침을 먹지 못하면 김밥 한 줄이라도 사가든 두유를 한 팩 사가든 어떻게든 뭘 먹곤 했다. 하다못해 독일에서는 사골도 끓였던 나다. 그래서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제대로 된 음식이 아니면 먹기가 싫은데 그렇게 차리기도 힘들다는 것. 주변에 혼자 사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집에 꼭 떨어지지 않는 것들 중 즉석식품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라면, 즉석밥, 레토르트 식품 등등. 1인 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시간과 여유가 없음에도 바득바득 밥을 정성껏 차렸다. 하지만 1년이 넘은 지금은 레토르트 제품인 카레에 마트에서 사온 고기와 양파를 추가하는 것으로 합의를 본다. 예전같았으면 양파 볶기부터 시작해서 아주 식당을 차린 것마냥 카레만 2시간은 끓였을 거다.


나의 첫 집은 큰 냉장고가 있었다. 보통 가족 단위에서 사용하는 정도의 용량은 아니더라도 1인 가구에게는 꽤 과분한 용량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마트에서 사고 싶은 대로 냉장고에 넣기 일쑤였고, 유통기한을 넘기거나 썩어서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두 번째 집은 허리 혹은 가슴 정도까지 오는 작은 냉장고가 있다. 그래서 이사 준비를 할 때부터 식재료를 적게 사야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처음 2주 정도는 적응하지 못해 꽤나 고생을 했다. 이전 집에서는 본가에서 먹은 것을 그대로 따라 먹으려다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이사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 생활에 맞는 패턴을 알아낸 것이다. 냉장고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이제서야 혼자 밥을 챙기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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