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지속 불가능한 행동을 멈추는 것이다.
H기업에 다닐 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업이 무엇을 할 것인지 정리하는 과제를 맡은 적이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습관적으로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부터 찾다가 꾸중을 들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점을 빼놓은 답변은 눈가림에 불과하고 얕은 꾀일 뿐이라는 이유였다.
시작은 지속 불가능한 행동을 멈추는 것이다. 기업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쉽게 버리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때 결론은 구매 고객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제품이 튼튼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사용자가 소중히 여기며 아껴 쓸 수 있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쉬운 사례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을 들 수 있다. 넓은 공간에 두 점의 반가사유상을 전시해 작품을 깊게 들여볼 수 있도록 했다.
얼핏 더 많은 유물을 전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품이 가득한 공간에서는 관람객이 각 작품의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 사진으로 자주 접한 반가사유상이지만 ‘사유의 방’에 들어서는 순간 이 작품의 가치와 소중함이 달리 느껴질 수밖에 없다.
개인 차원에서는 꼭 필요하고 오랫동안 아껴 사용하고 싶은 물건을 사서 꾸준히 관리하는 일이 지속가능성의 실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열정적인 취미라고 할 수 없지만, 몇 년째 손세차를 하고 있다. 정성 들여 물건을 새것처럼 유지하는 일에 만족감을 느끼는 편이다. 손세차 과정은 몸도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짧으면 두 시간, 길게는 네 시간까지 걸리기 때문에 자주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세차 후에 말끔해진 차를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손세차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세차 용품이 물건을 오래 사용하고 관리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점이다. 타이어 표면을 닦아내는 세제는 운동화 아웃솔을 닦을 때 효과가 좋고, 부드러운 세차용 브러시는 책상 먼지를 털어낼 때 적당하다. 세차용 버킷과 단단한 외관용 브러시는 온갖 청소에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자동차 도장면에 생긴 얕은 기스나 스월마크를 지우는 콤파운드를 안경테 관리에 사용한다.
보통 ‘뿔테’라고 부르는 아세테이트 재질의 안경테는 오래 사용하면 땀이나 이물질 때문에 광택이 흐려지고, 사용 중에 상처도 나기 마련이다.
안경점에 수선을 맡긴 적이 있다. 안경점에서 직접 처리해 주지 않고 공장으로 보내는데 2~3주 정도 지나 돌려받았다. 번들번들 광택 나는 칠을 해줘서 시간이 지나 도장이 벗겨지면서 더 이상 안경테를 사용하지 못하고 버릴 수밖에 없었다.
세차용 콤파운드를 이용해 30분 정도 문질러 주면 새것처럼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 시간도 절약되고, 내 물건에 애착도 커진다. 안경테는 손으로 문지르기 쉬운 모양새가 아니라서 작업이 쉽지는 않다.
콤파운드는 세차를 위해 구입한 지 7년 정도 되었다. 속은 보이지 않지만, 아직 1/3 정도 남아 있는 것 같다. 안경 닦는 천은 콤파운드 작업 후 세탁하면 된다. 안경알을 넣고 빼는 과정이 가장 조심스럽고 힘들다. 안경알에 상처가 나지 않게 빼야 하는데, 이때 테에 금이 가면 안 되므로 자신이 없다면 안경점에 맡기는 것이 좋다.
안경알을 분리해 따로 보관한 뒤, 주방세제로 한 번 닦고 물기를 제거한다. 콤파운드를 잘 흔든 다음 천에 조금씩 묻혀 닦아내듯 문질러 준다.
콤파운드 설명서를 보면, 미세한 연마 입자가 표면을 갈아내며 반복되는 문지름 속에서 점차 더 고운 입자로 변해 사포처럼 작용한다고 한다. 처음엔 로션을 바른 것처럼 묻어나지만, 문지르다 보면 왁스를 바른 듯한 촉감이 나면서 깨끗해진 표면을 볼 수 있다. 천의 깨끗한 부분으로 닦아내면서 더 연마할 곳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닦아주면 된다.
주방세제를 이용해 꼼꼼하게 닦고 물로 씻어낸 후에 안경알을 끼우면 막 구매한 것 같아진다. 몇 년 전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인데, 원래는 선글라스용으로 나온 것을 안경으로 착용하고 있다. 조금 무겁지만 클래식한 디자인이라 마음에 든다. 언젠가 사용할 수 없게 될 때가 오겠지만, 오랫동안 함께할 애장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