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AI가 노래를 작곡하고, 불가능한 영상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시대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끝없는 질문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나중에 돌아보면 아무도 질문하지 않을 거예요.
2005년. CD를 새로 사면 CD 플레이어로 듣는 경우보다 iPod에서 듣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당시 내가 CD를 iPod으로 옮기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온라인에 연결된 컴퓨터에 CD를 넣으면 iTunes가 앨범 커버 사진과 각 곡의 정보와 함께 음원을 MP3 파일로 저장한다. 나중에 iPod을 컴퓨터에 연결하면 변환된 mp3가 최신 음악 플레이리스트로 저장되어 iPod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iTunes가 음원을 파일로 저장하는 동안 CD에 담긴 책자를 펼쳐보면서 이번 음반과 뮤지션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iTunes가 낮은 해상도의 앨범 이미지를 가져오거나 엉뚱한 곡 정보를 가져오면 구글과 네이버에서 고해상도 앨범 이미지를 찾아 넣고 곡의 정보를 공들여 수정했다. 새로 산 음반이 라이브러리에 추가되는 과정이었다.
두번째 방법은 소리바다, 넵스터 혹은 또 다른 방식으로 해당 앨범의 mp3 파일을 내려받는 것이었다. 라이브러리에 음원을 추가하는 과정은 다를 것 없지만 빠르게 iPod에 파일을 넣기에 좋은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Apple이 아직 Apple Computer inc.이던 시절 iPod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mp3를 소비하던 그때는 음원과 음원을 유통하는 방법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
'CD를 구매한 사용자에게 디지털 음원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음원을 곡 단위로 파는 것이 실제로 뮤지션에게 이익이다'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mp3로 들으면 음악을 제대로 듣는 것이 아니다.' 'AIFF로 들어야만 CD수준의 음질을 즐길 수 있다.'
'CD도 mp3도 LP가 전달하는 음악적인 감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판단하기 애매한 문제가 생활 속에도 종종 대화의 소재가 되었다.
'회사 동료의 CD로 MP3 파일을 만들어서 내 iPod에 넣는 것은 친구의 CD를 훔친 것과 같아.'
'빌린 음반으로 mp3로 만드는건 안되.'
'그럼, 빌려준 CD가 mp3가 잔뜩 담긴 복사 CD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야?'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모두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가 되었고 이 같은 질문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LinkedIn에서 지인이 추천한 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한스 로슬링 , 올라 로슬링 , 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김영사 2019년
그날 퇴근길에 중고서점에 들러 깨끗한 중고 책을 구입했다. 한동안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시작하지 못하다가 연휴 동안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세상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는 10가지 본능을 제시하면서 데이터와 통계를 통해 현실을 올바로 바라보는 방법을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이 책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도 Linkedin에 올라온 글이 이 10가지 본능을 보기좋게 정리해 주었기 때문인데, 책을 읽고 보니 10가지 비합리적 본능의 내용과 사례를 따로 정리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겠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파일로 만들어 종종 열어보는 책이 있다. '린스타트업' '디자인 스프린트'와 같은 책은 파일을 만들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열어본다. 팩트풀니스도 바로 그런 책이 될 수 있을것 같다.
파일을 만드려고 다시보니 이 책이 꽤 두껍다. 수십 페이지의 부록 부분을 제외해도 420페이지나 된다. 책을 중고로 팔 수도 있다는 생각에 책에 밑줄을 그어 놓지도 않았다. 어지간히 시간을 내지 않으면 파일을 만들기 어렵겠다고 생각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2019년도에 발간된 유명한 책인만큼 chatGPT도 이 책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스 로슬링의 책 팩트풀니스의 각 챕터 제목과 주요 내용과 사례를 요약해 줘"
각 챕터의 내용을 정리한 글이 순식간에 화면에 뿌려졌다. AI가 일상에 확 들어왔다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화면에 글이 표시되는 속도로 AI시대의 질문이 떠올랐다.
'페이지를 넘기며 밑줄을 찾고,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게 책을 눌러놓고 타이핑하는 과정이 주는 학습 효과와, 책을 읽고 나서 chatGPT의 도움을 받아 정리한 정보가 비슷한 학습 효과가 있을까?'
'chatGPT도 Linkedin의 그 글을 학습했을까?'
'누군가 정리한 정보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정보는 다른이의 지적 노동을 훔쳐온 것일까?'
'AI가 생성한 정보의 신뢰도가 높아지면 전문가들도 더 이상 더블체크를 하지않게 될까? '
'책 요약 정보가 AI 때문에 더 많이 유통되면 저자에게 어떤 보상이 돌아가는 것일까?'
'정리한 책 파일을 더 빨리 확보하는 것이 나에게 더 이로울까? 다시 메모하는 습관으로 돌아가게 될까?'
'AI로 요약한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책을 소비하게될까?'
그리고 마지막에 뒤따른 질문은 성격이 조금 달랐다.
이런 질문들은 또 얼마나 빠르게 잊혀질까?
위 에세이는 2025년 6월, 흥미로운 글쓰기 아이디어라는 제목으로 메모한 글감을 바탕으로 쓰고 고친 것이다.
글의 구성과 넣고 싶은 내용을 메모 형식으로 작성하고 앞에 프롬프트를 추가한 다음 chatGPT와 claude를 통해 얻은 글 초안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흥미로운 글쓰기 아이디어 메모]
LP와 책, mp3와 chatGPT
2005년의 경험
구매한 CD의 음원을 새로 산 ipod에서 듣고 싶다.
두 가지 방법이 있음.
cd를 넣고 itunes를 이용해 mp3 파일을 만들어 ipod에 저장함
소리바다, 넵스터 등에서 해당 음원을 내려받아 ipod에 저장함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이었음. "cd를 구매한 사용자에게 디지털 음원을 제공해야 하는가"
회사 옆자리 친구의 cd로 mp3파일을 만들어 이용하면 이것은 친구의 cd를 훔친 것과 동일한가?
물리적인 음반을 구매하면 디지털 음원을 제공하는 방식도 잠시 등장
스마트폰이 mp3 플레이어를 대체하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중화하면서 이 같은 논란은 사라졌음
2025년의 경험
linkedin 지인이 책을 추천함
팩트풀니스
알라딘에서 중고로 책을 구입하고 며칠 만에 책을 다 읽음
매우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의 중요 내용을 요약해서 꺼내보며 도움을 받은 기억이 있음
지금도 가끔씩 열어보는 책으로 leanstartup과 sprint design workshop이 있음
최근 읽은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역시 이렇게 정리해두고 싶은 책이었음
팩트풀니스의 내용을 정리해두고 싶어 짐.
유명한 책이라 chatGPT에 물어봄. 내가 원하는 형태로 요약해 줌
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업무 시간을 단축한 것인가?
이전과 같은 학습효과가 있을 것인가?
누군가가 정리한 정보를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훔친 것인가?
알라딘에서 중고 구매한 책은 저자에게 어떤 경제적인 이익을 전해주는가?
물리적인 책의 중고거래가 저자에게 지속적인 경제적인 이득을 전달할 수 있는가?
앞으로 무엇이 등장하면 이 같은 질문이 사라질 것인가?
자주 사용하는 chatGPT에 두 번 요청했는데 결과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글쓰기에 특화되어 있다고 홍보하는 claude에 가입하고 역시 두 번 요청하여 얻은 결과물 중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붙여 넣고 수정했다.
다시 봐도 생성 결과는 내가 쓴 글과 다르다. 문장에 들어간 형용사나 어휘 선택이 생소하고 어색하다. 하지만 고쳐쓰기 충분한 결과물을 네 번 만에 생성할 수 있었다는 점은 꽤나 만족스럽다.
chatGPT가 알려지던 2023년에 일기 쓰기를 시도했는데 결과물을 생성하기까지 너무 많은 대화(너무 많은 타이핑)가 필요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제법 쓸만한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생성되어 글을 고쳐 쓰는 시간이 사라질 때가되면, 그때는 전에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식의 글을 쓰는데 이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이런 글감이 더이상 흥미로운 글쓰기의 주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