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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Oct 31. 2023

어떤 것이 해롭고, 어떤 것이 이롭나

체질 MBTI, 8체질

유제품을 참 좋아했다. 그중 우유러버의 삶은 중학교 때부터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꼭 지우개 가루가 들어간 것처럼 텁텁하다고 느껴졌던 우유가 언젠가부터 고소하고 심지어는 달콤함도 있는 것 같으면서 그 특유의 맛이 날 사로잡았다. 흰 우유를 그냥 마시는 것도 맛있지만 우유는 다른 음식들과도 호환이 잘 된다. 시리얼은 우유와 영혼의 단짝이고 우유가 들어간 음식들은 부드러움이 배가 된다. 빵을 먹을 때도 우유와 먹으면 먹던 빵이 더 잘 넘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루에 물을 마시는 것보다 우유를 마시는 게 많을 정도로 우유를 가까이하고 살았다. 치즈도 당연히 좋아했다. 치즈는 마법 치트키라 약간 심심하다 싶은 볶음밥에도 치즈가 뿌려지면 맛있어지는 마법이, 살짝 매운 떡볶이에도 치즈를 함께 녹이면 먹기에 좋은 정도가 된다. 요거트도 빠질 수 없다. 나중엔 요거트 씨앗을 구해서 직접 만들어서 먹었다. 요거트에 바나나나 견과류를 넣고 딸기잼을 살짝 넣어 먹으면 꿀맛이다. 


'금음체질'로 판명을 받고 나서 식단 조절에 들어갈 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유제품을 먹을 수 없단 사실이었다. 그럼 앞으로 먹고 있는 바나나주스도 못 먹겠네 하는 생각이 설명을 듣는 순간 바로 스쳐 지나갔다. (당시에 생과일 바나나주스에 빠져있었다.)  


건네받은 안내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금음체질의 건강 제1조는 모든 육식을 끊는 것이고, 제2조는 약을 쓰지 않는 것이며, 제3조는 화내지 않는 것이다. 혹 근육 무력증이 있을 때에는 더욱 주의하고 항상 온수욕보다 냉수욕을 즐겨야 한다. 

[해로운 것]

모든 육식, 고래고기, 마늘, 녹용, 민물고기, 커피, 인공조미료, 밀가루, 수수, 호박, 메주콩, 우유, 설탕, 율무, 배, 사과, 멜론, 밤, 잣, 은행, 모든 근채류, 버섯류, 토란, 비타민 A, C, D, E, 아스피린, 알칼리성 음료(포카리스웨트 같은), 금주사, 아트로핀 주사, 더운 목욕, 등산, 컴퓨터 과용, 숲 속 주거, 반신욕, 페니실린

[유익한 것]

메밀, 쌀, 포도당, 모든 바다생선과 게, 패류, 모든 푸른 채소, 오이, 고사리, 김, 젓갈, 포도, 복숭아, 감, 앵두, 파인애플, 딸기, 파, 겨자, 생강, 후추, 코코아, 초콜릿, 산성수, 오가피, 수영, 심호흡운동은 내뱉는 숨을 길게, 노란색 안경 


밀가루는 체질을 알기 전부터 소화불량에 시달리면서 그 불편감이 너무 심해서 애당초 끊고 있던 참이어서 저항감이 다소 덜했다. 육류도 사실 완전한 육식파로 살았던 10년 전을 생각하면 힘들었겠지만 그동안 식습관이 많이 달라져서 빈도수가 확 줄어든 상태였다. 근래에는 좋아했던 삼겹살이나 소고기를 먹어도 크게 맛있다는 감흥이 들지 않던 상태였으므로 이것도 해볼 만하겠구나 싶었다. 뭣보다 고기가 소화가 잘 안 된다는 걸 몸으로 이미 느끼고 있던 상태라 더 받아들이기 쉬웠다. 


그중 눈에 띄는 대목이 있어서 바로 질문이 나왔다.


"해로운 것에 있는 숲 속 주거는 뭐예요? 숲에 사는 게 몸에 안 좋을 수 있나요?"

(서울로 이사를 오기 전에 5-6년 정도 숲 속 거주에 준하는 시골에 살았던 데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질문이 바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산을 다녀오면 힘들지만 산을 오르는 걸 좋아했다.)


"금음체질이 은퇴 후에 이제 건강하게 살아보겠다고 숲에 좋은 집 짓고 들어가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요."라는 말로 말을 시작한 선생님은 "체질에 따라 어떤 사람은 산소 포화도가 너무 높은 공간에 있으면 그게 건강에 악영향을 주기도 해요. 목양 체질이라면 이런 숲 속에서 충분히 공기 마시고 돌아와서 온신욕을 하면 좋겠지만 금음 체질은 땀도 흘리지 않는 게 좋고 오히려 도시에 사는 게 좋죠."


왠지 그 설명을 듣는데 서울로 이사오기 전에 살았던 환경에서 내가 유난히 몸이 점점 안 좋아지던 것이 떠올랐다. 나는 나름 건강에 신경을 쓰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점점 몸이 더 안 좋아지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게 단순히 다니는 동선이 길고 육체적 노동이 도시보다는 많은 시골이라 그랬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내가 지니고 있던  의문이 해소되는 시원함이 있었다. 


상담을 하고 살펴보니 체질식을 바탕으로 생각했을 때, 나는 이제껏 금음체질에게 안 좋다는 음식을 좋아해서 즐겨 먹었으며, 금음체질에게 안 좋다는 환경 속에서 살면서 안 좋다는 활동들을 하고 살았다. 그리고 가끔 내는 화까지. 한 번 화를 내면 몸에 기운이 쫙 빠지면서 몸이 정말로 아파서 쉬어주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는데 그것도 체질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금음체질은 화를 내면 몸이 아프기 때문에 화내지 않아야 한다. 


만성적으로 앓고 있던 소화불량 및 가슴 답답증상, 다리에 집중적으로 올라왔던 알레르기성 두드러기 증상, 근육 무력증, 기운 없음, 피곤함 등등 이런 증상들이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한 것이라는 진단을 들으니 오히려 해볼 수 있는 돌파구가 생긴 것 같아서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진단을 받은 첫날부터 해로운 것은 끊고, 이로운 것은 먹어보자 다짐했고 식단 조절을 하면 정말로 좋아질까? 하는 두근거리는 기대감 반, 갈팡질팡하는 마음 반으로 어린애 편식보다 극성맞아지고 싶었던 음식 가려먹기가 본격 시작됐다. 


고기, 안 먹는 음식이라고 정해버리니 생각보다 정말 생각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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