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는다
"아~이제 4학년에 나이도 너무 많아."라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당시 내 나이 23살
지금 누군가 내 앞에서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다면 아마 나는 그런 그를 귀엽게 바라보며 눈을 찡긋 했을 테지.
그땐 스스로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상태라는 걸 잘 느끼지 못했다.
당시 나는 대학교 졸업반으로 한창 취업에 대한 생각들로 예민했다.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은 상황에 초조했고, 남들은 척척 갖추고 있는 것 같은 스펙도 구색이라도 갖추기 위해서는 발을 동동 거려야 했다. 나름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결과는 생각보다 저조하고,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만 갔다.
인생의 레이스 위를 달리고는 있는데 그 레이스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 레이스인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달렸고, 어쩐지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답답했다.
나이가 많다는 내 푸념에 함께 밥을 먹던 친구가 이런 얘길 했다.
"선배들이 그러는데... 23살이면 다시 대학을 들어가도 되는 정도의 나이라고 하던데? 자기들이 우리 나이면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진짜?" 이렇게 반색했다가도 금세 나는 그 말이 마음 깊이 와닿지 않았다.
'뭐든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게 있나? 뭐든 다 때가 있는 것 같은데...'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만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 그래 그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그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게 있는지, 대체 누가 정해놓은 스케줄인지, 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살필 겨를도 없이 초조함속에 떠밀려 둥둥 떠다녔다.
그때 그 시간을 지나온 지금의 나로서는 23살의 나에게 뭐든 할 수 있으니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고, 답답하게 생각하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너답게 하면 된다고 얘기해 줄 수 있다. 왜냐면 그 이후의 삶을 겪어봤으니까.
삶을 겪어본 혜안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보다 성숙하고 알차게 살아가면 좋으련만!
그렇게 조금은 성숙해진 줄 알았더니 그게 또 현재의 나에겐 잘 적용이 안 된다.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겐 어쩐지 자신 있게 '괜찮아, 뭐든 할 수 있어!'라는 그 말을 머뭇거리는 나를 본다.
이상하게 나이에 민감해지기도 하고...
'23살은 진짜 어리기라도 했지, 지금은 어리진 않잖아??' 하면서 다시금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렇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생각으로 한계를 두는 내 마음이다.
'이미 늦은 것 같다.' '이제는 안 되는 것 같다.'며 될 이유보단 안 될 이유들을 찾는다.
마음의 습관이란 게 이렇게 무섭다.
이런 마음의 습관은 내 삶에 전방위적으로 나타나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방향으로 나를 이끌었다.
'이 나이에 언제 새로운 사람 만나서 어느 세월에 알아가고 연애하나...'라는 생각을 하는 날 보면서 하다 하다 연애 문제에도 나이 핑계를 대는구나 싶고, '자격증이라도 도전해 볼까?' 하다가도 공부 안 한 지 너무 오래고,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엔 늦지 않았는지 주저하곤 한다.
(그래봐야 고작 30대인데 그냥 하기 싫은 게 아닌지)
문득문득 그때 핑계 대지 않고 했더라면 지금쯤은 성취를 이뤘을 일들이 떠오른다.
20대 중반쯤 친구가 하루에 한 시간만 영어 공부에 투자해 보라는 말을 했을 때, 이제 와서 한다고 뭐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핑계 대고 넘기지 않았다면 지금은 유럽 여행 가서 외국인들과 신나게 떠들며 놀 수 있는 정도의 영어는 탑재하고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바다든 강이든 자유롭게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하고 싶었을 때 진작 수영을 배웠더라면 나도 저렇게 놀았겠지 하며 아쉽다. 그럴 땐 내 삶이 멈춰있었구나 돌아봐진다.
적당한 때를 생각하면서 주춤 머뭇거려서 뭔가 하지 못 한다면 그게 멈춰있는 삶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작은 성취들을 이뤄가는 사람들을 본다.
진부하겠지만 또 만고의 진리, 고여있는 물은 썩지만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언제나 늦은 시간이란 없다.
<백 년을 살아보니>의 저자이신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하신 말에 다시금 그래 이거지 한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내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 사이였다."
김형석 명예교수는 말한다.
"정신적 성장과 인간적 성숙은 한계란 없다. 노력만 한다면 75세까지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60이 되기 전에는 모든 면에서 미숙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나와 내 가까운 친구들은 오래전부터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 사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 제한 뒀던 지난 삶은 반성하고 앞으론 좀 안 그런 방향으로 살아보자. 나만의 적당한 궤도대로.
그래서 결론
배워보고 싶던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음~~ 파 호흡 배웠고, 발차기 연습도 했다. 팔 동작도 익히는 중이다.
2024년이 끝나기 전에 깔끔하게 잘한 일이 수영 등록이다.
2025년엔 뭐든 일단 해보는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
마음먹은 그때가 가장 적당한 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