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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pr 03. 2023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늘 잊고 사는 것 같다. 우리가 모든 가능성이 열린 존재라는 사실을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실패가 곧 가능성이다. 

오스카 7관왕이라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봤다. 

최우수 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편집상, 각본상 

사실상 오스카상을 휩쓸었다고 볼 수 있는 화제작


평소에 영화를 찾아서 많이 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지극히 일반인의 시점으로 영화를 봤다고 할 수 있겠다.


처음 시작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싶은 다소 산만스럽게도 느껴지는 내용들.

그렇지만 그 느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 2, 3부까지 이어지는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감독의 연출이 좋고(뭐라 자세히 말할 지식은 없지만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각본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우주로 표현된 모든 공간들에서 

우리는 모든 것들을 다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느꼈다. 

모든 우주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법'에 기반한 것 같은 감각적 설정도 좋았다. 

다른 차원으로 점프를 해서 가기 위해서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 행동들도 기존의 틀을 깨는 모습으로 보였다. 

평소에는 가능하지 않고 굳이 하지도 않는 행동들을 해볼 수 있는 어떤 가능성.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 

우리는 살면서 어떤 선택들을 해야 한다.


오늘 점심은 파스타를 먹을까? 김치찌개를 먹을까? 

이 선택으로 인해서 인연을 만날 수도 있고 못 만날 수도 있지 않은가.

부서 발령을 어디로 나는가에 따라서 흥미에 딱 맞는 일을 해볼 수도 있고 

적성에 안 맞아서 그 자체를 과제 삼아 해봐야 하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었는데 그 이성이 심지어 먼저 연락을 해왔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서 망설였다거나 

의도치 않게 단답의 답변을 보냄으로써 연애세포가 죽었음을 드러내며 철벽을 치고

상대방이 본인에게 관심이 없구나 느끼게 만들었다거나 

(내 얘기다...)


그 선택들로 인해서 어떤 결과들이 벌어진다.

매일 똑같이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삶들도 사실은 매일이 같을 수 없음을... 우린 알고 있다.

사실은 굉장히 짜릿하고 흥미로움의 연속이 아닌가. 삶이 재미있어지는 순간들이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모든 곳에 연결되어 있는 에블린이 

위기의 순간마다 그 순간 필요한 능력들을 발휘하면서 위기로부터 주인공을 구한다. 

혹자는 이 얘기를 통해서 딸을 생각하는 지극한 모성애를 느꼈다 할 수 있겠다. 

딸을 위하는 엄마의 마음이 모든 고난을 이겨낼 원동력이 된 것도 맞다. 


또 혹자는 모든 것을 이기는 것은 결국 친절함이구나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be kind!'라고 외치는 웨이먼드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누군가에게 얼마나 상냥했었나 돌아보게 됐을지도 모른다. 

나도 지금부터라도 주변 내 고마운 사람들에게 좀 더 상냥하게 대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봐야지 다짐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에블린과 웨이먼드의 이 대화 부분이다.  


에블린 : 난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웨이먼드 : 그러니까 나는 지금껏 몇 천명의 에블린을 봐 왔는데 
너무 많은 목표들을 이루지 못해서 다 좌절된 버전의 당신을, 최악의 당신을 찾은 거지.
이해 못 하겠어? 
모든 실패는 다른 성공의 버팀목이 되었지. 
다른 우주의 다른 에블린에서 말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갈라져봤자 비슷비슷한 삶이나 산다고.
근데 당신은 뭐든지 가능해. 왜냐면 더 이상 찍을 바닥이 없으니까.


위기의 순간에 쿵후를 잘하는 에블린, 판자를 잘 돌리는 에블린, 가수이기 때문에 폐활량이 좋은 에블린 

그런 능력들을 가진 에블린을 소환해서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잘'하는 게 없는 에블린이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라 하더라도 내가 삶을 살아가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매 순간 아무 의미 없는 순간은 없다는 것'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건 알겠다.  


고등학교 중간고사에서였던 것 같다. 

국어 선생님(tmi 내가 참 좋아해서 국어 성적이 많이 올랐었다.)께서 답안지를 돌려주시면서 스스로 보고 틀린 부분이 있으면 체크해서 알려달라고 하셨다. 

재점검을 자율에 맡기셨던 거다. 

틀린 부분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맞다고 해주신 부분을 찾아냈고 나는 앞으로 나갔다. 

이 부분이 틀렸는데 맞다고 해주셨다고.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을 수 있었는데 내 고백으로 5점이 감점됐다. 

굳이 얘기 안 했으면 몰랐을 텐데 하면서 후회를 했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이 경험을 통해서 내가 틀린 부분을 고칠 수 있는 '용기'를 배웠다.


한창 취업 준비를 할 때 

취업 스터디를 했었는데 그때는 치열하게 하지 않는 것 같은 스스로의 모습에 참 불만이 많았다.

지금 보면 해야 되는데 하면서 생각만 했다는 건 하기 싫은 마음 때문이었겠지만...

그때 스스로 평가하기에 치열하게 열심히 하지 않았더라도 

읽었던 자료들 공부했던 내용들 그 시간들은 다 내 경험으로 남아있다.

비록 내가 원했던 곳에 취업을 하지 못했더라도 지금 돌아보면 취업하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방향으로 인생을 전환해 볼 수 있었다. 

그때는 실패인 줄 알았고, 실제로 실패였어도 그게 다가 아니다. 


일을 할 때 정말 적성에 안 맞을 것 같은 역할을 맡아서 그 업무를 한다는 게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역할을 해봄으로써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한 것도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 받았다. 감동의 순간들도 많았고...


삶을 살다 보면 마치 그 시기에 해야 되는 것들이 정해져 있는 것만 같다.

남들 학교 가야 될 때 학교 가고

연애도 때가 있는 거라면서 한다든지

결혼도 비슷비슷하게 정해진 시기에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아직 이걸 시작하기에는 어리다거나 나이가 많다거나 스스로 한계를 짓기도 하고 

잘할 수 없다면 시작을 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못 하는 것도 남들이 나를 평가하기 이전에 

스스로가 한계를 짓고 있는 경우도 많다. 



삶의 모든 순간들은 참으로 소중하고 감사해서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는 걸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고 산다. 마치 공기와 물이 그 자리 그곳에 있어서 소중함을 모르고 살듯이. 


제일 평범한, 오히려 어려워 보이는 에블린의 삶이 

더 이상 찍을 바닥이 없으니까 뭐든지 가능하다는 그 말은 얼마나 큰 위로를 주는지


모든 실패는 성공의 버팀목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모든 것들에 가능성이 열린 존재다.  

이 말 한마디로도 정말 든든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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