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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X Mar 17. 2022

'장거리 비행!'이라 쓰고 '사육!'이라 읽는다

[한 달은 이베리안]



장거리 비행은 늘 힘이 듭니다.

좁은 좌석에 앉아 꼼짝달싹 하지 못하고 12~3시간 비행기를 탄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ㅠ,.ㅠ


그래도 기내식을 거부할 수 없기에...


먹고 마시고...

자고...

다시 앉아서 먹고...

마시고...

또 다시 자고....


이건 마치 비행기에서 사육당하는 기분이랄까요....



이번 여행은 중간에 홍콩을 거쳐 가는 것이라 다행입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때문인지... 좀 돌아가는 여행도 크게 시간적인 조급함이 없습니다. ^_________^;;;



좌석에 앉았는데... 어라 ㅡ.ㅡ;;;

제 좌석 모니터가 나오질 않습니다.  @@


홍콩까지 긴 비행시간은 아니지만... 다들 아시죠?

뭐랄까... 이럴 땐 엄청나게 손해 본 것 같은 기분...ㅠ,.ㅠ


승무원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몇 번 왔다 갔다 고치려 했지만... 결국.... 첵랍콕까지 모니터는

아 몰랑~! 하며 들어오지 않습니다. 흑흑...


"다른 좌석이라도 앉으시겠어요?"


가족 여행인데... 이산가족도 아니고 그깟 모니터가 뭐 중요한가 싶어... 그냥 책을 읽기로 합니다.


"와인이나 한잔 주세요~! 플리즈~ 한 병이면 더 좋구욧!!! ㅎㅎ" ^^


와인과 함께 요런 바우처를 하나 주는군요... 돌아오는 길에 쓰기로 합니다.  고마워요~~!



배가 고프진 않지만... 기내식! 먹어야겠죠? ^^;;;

얌! 얌!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3시간 여의 짧은 사육....

아니 비행을 마치고 홍콩 첵랍콕에 도착을 합니다.




새벽 1시.

마드리드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이때만 해도 공항에 마스크 쓴 사람이 없군요.

한 달 후 이 모든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게 될 운명이라니...ㅠ,.ㅠ 맘이 아파요 흑흑...



보딩 시간이 좀 남아... 여행 일기를 씁니다.



우리 가족은 매번 여행마다... 여행일기를 쓰고 있어요.

쓰다 보니 쌓이고 싸여... 몰스킨 4권이 넘어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의 색은 바래가지만...

여행을 스케치한 일기를 꺼내보면 그 안에 생생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거든요.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그 행복했던 시간으로 바로 돌아갈 수 있죠.


사진도 좋지만... 인스타그램도 좋지만.... 이렇게 그때 그때 일기를 남기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부끄럽게 추천합니다.~ ㅎㅎㅎ 추천 꾸~~욱!!!



이제 보딩 시간입니다.


여행은 시간의 물리적 흐름을 잊게 만드나 봐요...

새벽 1시가 넘었는데... 여행객의 마음은 아직도 설레기만 합니다. ^^


뱅기 타러 고고씽~~~!!!



홍콩 첵랍콕에서 스페인 마드리드까지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입니다.

예전 이탈리아 가족 여행 때도 이용해봤는데... 장거리 여행에서는 정말 은혜(?)로운 좌석 서비스예요.

(물론, 비즈니스석만 못하겠지만요... 안빈낙도하기로 합니다. ㅎㅎㅎ)



넉넉한 좌석과 여행 키트를 선물 받고...



웰컴 샴페인이 나옵니다.

취~~~얼쓰~~~!!!



그리고....

다시 사육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다양한 술들 ㅎㅎㅎ

위스키, 보드카, 진, 럼, 맥주.... 샤도네이, 쇼비뇽 블랑 화이트 와인 라인업과 스페인, 프랑스 레드 라인업.

주정뱅이의 마음을 사~~~알짝 보듬어 줍니다.



먹고.... 마시고...



보고.... 다시 마시고....



또 다시 머... 먹고.... 마.... 마시고....

사육은 계속됩니다.


얼마나 왔을까요?

항로를 보니 카자흐스탄 하늘 위군요.


앞으로 약 7시간 남았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어요.

사육의 끝에 여행 일기를 펼칩니다. ^^;;;;;;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가....



미리 유심칩도 끼우고,

이번 여행 중 읽을 책도 펼칩니다.




그리고 다시 먹고....@@"



또 다... 다시 마... 마시고....@@"



인간으로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을 때... 즈음...

드디어 마드리드의 하늘이 문을 열어줍니다.


장거리 비행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당신이 있는 이곳에서 가장 먼 곳에 있다"고 합니다.

힘들었던 거리만큼,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일들이 우리 가족에게, 한 달은 이베리안에게 펼쳐질까요?


이제 비행기의 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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