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은 이베리안]
여행을 다니다 보면 뜻하지 않은 불상사를 겪을 때가 있습니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계획하고, 기대하고, 설레임을 가득 안고 온 지구의 반대편,
마음을 준 장소로부터의 실망감은 그래서 더욱 큰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더욱이 가족과 함께 버킷리스트를 이룰 때는 말이죠.
개인이나 가족...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법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여행 중 단 한 번도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습니다.
행운은 늘 우리와 함께였어요.
전 세계 어디를 가나 그 흔한 소매치기 한번 당해본적이 없는 행운의 강철! 가족입니다. ^^
그런데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ㅠ,.ㅠ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해요.
톨레도 대성당을 빠져나옵니다.
돌아보니 종탑이 공사 중이군요... 전에 왔을 땐 온전한 모습였는데 아쉬워요 ㅜㅜ
대성당 앞 광장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 어딜 가나 늘 사람들이 붐비고, 언제나 행복한 미소가 넘쳐나죠.
거리는 또 얼마나 알록달록 아기자기한지 ^^
무뎌졌던 어릴 적 동심이 몽글몽글... 솟아납니다.
성냥팔이 소녀... 장난감 병정... 호두까기 인형... 스크루지... 크리스마스 유령....
이곳 톨레도를 찾은 여행객들에게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따스한 추억을 선물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도 마켓에서 산 츄러스와 핫초코를 맛봅니다.
음... 핫초코... 정말 정말 끝내줘요... 아주 찐~예요...
혈관이 막힐 것처럼... 어마 무시하게 달디 답니다!
당 떨어졌을 땐 뭐 한 번쯤 이런 죽음의 모험(?)도... 추천합니다. ^^*
(죽었던 사람도 벌떡 일어날 것 수준이거든요 ^______________^" CPR이 필요 없어요~)
과거 스페인의 옛 수도이자,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인 이곳 톨레도.
이 길에서는 말을 탄 기사가..
저 모퉁이에서는 순례를 떠나는 성직자가...
저 광장에서는 세르반테스와 같은 위대한 작가가... 제게 인사를 건넬 것 같아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중세 판타지 영화 같다고나 할까요.
골목 골목을 산책하던 중...
옴마나...
귀여운 수녀 인형이 있는 디저트 가게를 발견합니다. ^^
톨레도의 유명한 지역 특산품 마사판 가게예요.
원래 마사판은 수녀원에서 처음 만들었거든요.
어떤 연유로 처음 만들었을까 그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
지금은 화장수나 향수로 유명한 산타마리아 노벨라도 실은 흑사병 치료제를 수녀원에서 연구하다 된 거잖아요..
카페 안에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모양은 크게 맛나 보이지 않는데 말이죠~ ^^;;;;;;;
그렇게 맛있어요?
역시 궁금함은 참을 수 없네요...^^
작은 골목 골목...
아기자기한 상점...
그리고 중세 이래 유지되어 온 오래된 도시가 전해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풍경이 여행자의 눈에 들어옵니다.
여행자의 시선에 열린 이 낯선 풍경... 이러한 낯섦에서 오는 즐거움이 바로 여행의 이유일 거예요...^^/
오늘은 여행 첫날이고.... 굳이 무리할 필요 없기에... 이제 호텔로 향합니다.
다들 힘들지? ^^
여전히 수동 기어 자동차의 시동은 온 가족 헤드뱅잉과 함께.... 백만 스물두 번 꺼지고....@@
부르릉...푸드득
부르릉...푸드드득
부릉...픽
톨레도 파라도르 호텔로 부르릉~~~~
도시를 빠져나와 호텔로 가는 길... 차창밖으로 스페인의 저녁 하늘이 눈에 들어옵니다.
비행기가 지나간 하늘에 한줄기 구름이 가로 놓여 있습니다.
그렇군요! 스페인에서 처음 만나는 저녁 석양이군요.
운전에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만 차창밖 풍경에 시선이 갑니다.
올라~~~
유럽의 하늘에는 이런 비행운이 참 많습니다.
높고 푸른 하늘에 붓 하나로 획을 쓰~~~윽...그어 놓은 풍경!
시동이 꺼지건 말건....넘 기분이 좋습니다~~~
호텔까지는 10분 안쪽 짧은 거리지만.... 스페인의 석양을 볼 수 있어... 행운이네요 ^^/'
호텔에 도착하니...
톨레도의 야경이...
천년 도시의 시티뷰가 눈앞에 촤~~~ 악 펼쳐집니다.
바로 이런 아름답고 멋진 야경을 보려 이곳 호텔을 예약한거죠...^^
참 잘했어요~!! 스스로 특급 칭찬!
그런데....
어라...
호텔룸 소파 위에 놓아두었던 제 백팩이 침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군요 @@
뭐....뭐지???
급하게... 가방을 확인합니다.
가장 안쪽 주머니에 넣어 둔.. 여행 경비가 사....사라졌어요. ㅠ,.ㅠ
아...틀림없이 이건 시차 적응이 안돼서 느껴지는 환각일 테지....
그럴 리가?
다시 확인을 합니다.
사라졌어요 @@"
이게 무슨 일인지.... 꿈인가? 무.. 무슨 시츄에이숀 ????
인지능력이 버퍼링을 일으킵니다.
분명 나갈 때 소파 위에 가방을 놓아두었고...
일부 경비는 지갑에, 나머지 경비는 가방 주머니에 넣어두었거든요...
옆에 놓여 있는 짝꿍의 가방도 확인합니다. 짝꿍의 가방도 침대 위에 놓여있어요 @@"
다행히 짝꿍의 경비는 그대로입니다.
호텔을 나가기 전...
일반적으로 안전금고에 귀중품을 넣어두는데...
우리 룸의 안전금고가 고장이 나 있었어요.
한 번도 이런 사건이 없었던 지라... 방심이라면 방심였겠죠.
이곳 파라도르 호텔은 스페인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국영호텔이고...
이곳 톨레도의 대표 호텔예요.
4년 전에 이 호텔이 너무 좋아 이번 가족 여행에서 첫 숙소로 예약을 했던 것이구요.
이 멋진 야경을 보며,
5번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사랑하는 가족을 꼭 끌어안고...
우리 멋지고 행복하게 살자! 사랑한다...다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이런 황당한 일이 생기다니요...ㅡ.,ㅡ
서둘러 프런트로 달려갑니다.
도난당했다... 돌아와 보니... 가방이 걸어서 다른 곳에 있고...불라불라...
한참 후 리셉션 직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매니저를 불러옵니다.
룸 보안 체크를 합니다.
체크 결과... 전자키로 열린 흔적이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
착각한 거 아니냐?
황당합니다 ㅡ.,ㅡ"
그렇다면 CCTV 보자! 했더니
보여줄 수 없다. 아니... 복도에 CCTV가 나오지 않는다는 황당한 소리를 듣습니다. @@"
매니저와 함께 룸으로 올라갑니다.
안전금고는 고장 나 있고 가방은 이렇게 열려있고... 주머니에 돈이 사라졌다...
본인은 모른다...
창문으로는 스파이더맨이 아니고서야 절대 들어올 수도 없고....
분명.... 돈은 사라졌고....
다시 프런트로 가서 컴플레인을 했더니...
경찰서로 가서 신고하라...
경찰서까지는 얼마나 걸리나?
아마 3시간 정도? @@
아! 그렇게 많은 여행을 다녔어도 이런 황당한 사건은 처음입니다.
여행자 보험으로도 현금은 커버가 안 되는 것이고... 첫날 이런 일이라니...
자신들은 모른다... 책임 없다만.... 계속 방송...재방송...재재방송 할 뿐이였어요.
[한 달은 이베리안]을 망칠 수 없어...
그만...룸으로 올라갑니다. 분이 풀리지 않구요...
그보다는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여행...그것도 첫날 벌어진 일에 대한 미안함과 허탈함, 실망이 앞섭니다.
곰곰이 복기를 해봅니다.
마드리드 공항에서 좀 일찍 와서 룸 체크인... 2시 체크인인데... 얼리 체크인 가능하다해서..룸으로 이동... 룸키가 잘 작동이 되지 않는데... 청소 카트를 끌고 지나가던 호텔 메이드가 문을 열어줬고....안전금고는 고장...
아...
그러나 보안 기록이나 CCTV에는 남아 있지 않았던....
마스터키를 갖고 있는 그 누군가....
안전금고가 고장이라는 것을 알만한 그 누군가...
그렇게 추정을 할 뿐이죠.
황당하고 화나고... 분하고... 억울합니다.
속상해요.
짝꿍이 대범하게 저를 위로해 줍니다.
오빠! 뭐~괜찮아! 까짓 거... 이제부터 더 멋진 추억 만드면 되지!!! *^_____^*
어깨를 토닥여줍니다.
애기 짝꿍인 딸도 좀 놀랐지만...이내 저를 살짝 놀리며 위로해줍니다.
아빤...예전 가족여행 때도 피렌체서 집시한테 소매치기당할 뻔했잖아. 잊었어? *^___^*
그렇습니다.
황당하고 화가 나고... 분하고... 억울한데... 이런 경험이
되려 우리 가족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네요. 더 뜨겁게 서로 안아주고 위로해줍니다.
그냥 편안한 여행 첫날였다면... 어땠을까요?
여행의 추억은 시간이 지나면 차츰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기 마련이지만
이 특별한 경험은 시간이 지나도... 우리 가족의 1번 에피소드로 남을 겁니다.
그래 그때 우리 그랬다! 스페인의 첫날였고... 우리 가족은 더 견고해지고 사랑하게 되었다구요....
시간이 지나고... 여행을 추억하는 계절이 올 때
어쩌면.... 이 사건은 기억의 서랍에서 꺼내어져 함께 웃고 이야기하겠죠. 커다란 선물였다! 면서요....
'한편.... 그 범인... 그 도둑
아마도... 메이드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래 당신! 범인은 바로! 너!
스페인을 먼저 강타한 팬데믹으로... 정말 정말... 엄청 엄청... 지독하고 지독하게 코로나로 고생했을 거라 믿고 또 믿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봅니다.
호텔 잔디밭에 토끼 한 마리가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밤 너는 알고 있지?
범인은 누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