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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Dec 13. 2023

[가상 인터뷰] 라라랜드, 세바스찬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언제나 인터뷰는 긴장이 됩니다. 인터뷰이에 대한 예의도 있어야겠지만, 지구별 여행자들이 인터뷰 대상에 대해 정말 궁금한 점을 찾아 제대로 질문을 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오늘 인터뷰이는 뮤지션입니다. 아주 대단한 유명인은 아닙니다. LA에서 한 작은 재즈바를 운영하며,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는 <라라랜드>의 세바스찬과의 만남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제가 정말 만나보고 싶었던 인물인지라, 이번 인터뷰는 사심이 담긴 인터뷰라는 점 고백해야겠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재즈바 Seb♩s(셉스)를 찾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는 찰리 밍거스,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찰리 파커 등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물론 그가 재즈바를 열면 장식하겠다던 호기 키마이클의 스툴도 장식장에 놓여 있군요. 스테이지 위 피아노 의자에 앉은 그와 인사를 나눕니다. 


라라랜드의 세바스찬을 만나다.



세바스찬 반갑습니다. (감색 수트에 울트라마린 네로 타이를 한 세바스찬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방금 연주하신 곡은 뭔가요?

델로니어스 몽크의 Round Midnight죠. 투박하면서도 그의 섬세한 성격을 좋아해서 자주 연주하는 곡입니다. (제 예상이 정확했습니다. 재즈에 대한 보수적 성격 탓인지 역시나 재즈의 구도자라 불리는 몽크와 세바스찬이 제법 잘 어울릴 것 같다 생각합니다.)


여전히 싱글이신가요? (사적인데 무례한 질문을 툭 던져봅니다)

재즈와 여전히 사랑에 빠져있다면 너무 상투적인 답변일까요? ㅎㅎ, 사실 아직도 셉스의 이곳저곳에 신경이 쓰입니다. 좋은 연주자를 찾아야 하고, 연주하고, 바운영을 하다 보니 정신이 없죠. 물론 제 꿈였으니 당연히 힘들지만 즐겁습니다. 재즈를 즐기는 손님들의 얼굴을 보면 더없이 행복하죠. 


꿈 이야기나 나왔으니 말인데, 개인적으로 <라라랜드>는 청춘의 사랑과 꿈에 관한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당신과 미아 모두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거든요.

사랑과 꿈이라… 틀린 말은 아니군요. 맞아요. 달콤 쌉쌀한.. 결코 세드앤딩이 아닌, 유리처럼 투명한 동화 같은 이야기죠. 청춘의 현실은 늘 고달픕니다. 그렇지만 꿈을 꿀 수 있기에 행복하죠. 미아는 늘 오디션에 떨어지지만 커피숍에서 일하며 배우를 꿈꿨어요. 물론 저도 레스토랑 피아노 연주, 이벤트 파티 밴드로 돈벌이를 하지만 연주자의 꿈을 결코 포기한 적이 없으니까요. 


LA 매직아워의 아름다운 저녁 하늘에 맞춰 두 사람이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네요.

저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무비씬예요. 고속도로 위의 아주 화려한 인트로의 씬과는 달라 사랑스러운 장면이죠. 특히 탭댄싱은 아마도 관객들 모두 행복해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랑을 시작하려는 두 연인과 도시의 야경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장면이죠.


개인적으로 당신이 낮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City of Stars>를 잊을 수 없어요. 

아마 허모사 비치 피어를 걸을 때 같네요. 맞죠? 모자를 건네주고 나이 지긋한 노신사의 부인과 함께 춤을 췄죠. 아름다운 파란 하늘과 보랏빛 하늘이 서로 어울려 물들어가는 장면을 저도 잊을 수 없어요. 아련하고 알싸한 감정이 하늘색으로 전해주는 것 같았으니까요.


이 도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꿈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신저스’ 밴드는 현실과의 타협였나요? (좀 아픈 질문은 슬쩍해봅니다)

음… 누구나 꿈과 현실 사이를 고민하게 됩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꿈과 현실을 타협하게 만들죠. 가난하지만 재즈를 고집할 거냐… 아니면 돈 많이 버는 세션이 될 거냐… 한참 걷다 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길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때 꿈을 잠시 잃어버렸어요. 돈과 인기가 꿈이라 잠시 착각했던 것인지.. 결국 이러한 갈등이 미아와의 이별이 된 것이겠죠. 


네, 당신과 미아 결국 각자의 길을 갑니다. 

미아에게 배우로의 기회는 파리에 열려 있었어요. 그렇지만 제가 발을 딛고 재즈의 꿈을 만들어야 할 곳은 이곳 LA였죠. 사랑과 꿈.. 서로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기에 우리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꿈을 선택한 거죠. 그 결말에 대한 책임이 바로 인생이니까요. 


당신과 미아가 만나는 마지막 플래시백 장면은 두고두고 여운이 남아요.

그러시겠죠. 저는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가 그랬더라면, 만약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사람을 누구나 그러잖아요. 만약 그랬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렇지만 결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죠. 그래서 더 씁쓸한 해피엔딩이겠죠. 그렇지만 결코 세드앤딩은 아녜요. 만약이 없기에 삶이 더 소중하다 생각합니다.  기억하시죠? 미아와 제가 마지막으로 나눈 눈빛… 다시 돌이킬 수 없기에 그것이 이 꿈의 도시 <라라랜드>가 아름다운 까닭이 아닐까요.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짙고도 파란 조명아래 앉아 와인 한잔과 몽크의 음악을 듣습니다. 가만히 보니 제가 앉은 테이블에 붙은 작은 금속 명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To Mia, for your dream!





이미지 출처 : lala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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