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게 드리운 구름 사이로 어김없이...그는 온다
새벽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파리 북역에서 출발한 유로스타는
밤의 장막을 가르며 벨기에로 나를 데려갑니다.
브뤼셀
낮고 좁은 골목 사이,
도시를 굽어보는 팔레 드 쥐스티스는 거인의 모습으로
아직 아침이 밝지 않은 도시 브뤼셀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 만 같습니다.
어둠이 퇴적된 침묵의 밤을 지나
때마침,
현대적 트램이 도로의 중앙을 가르며 지나갑니다.
조금은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조금은 공존할 수 없는 낯선 모습은
어쩌면 지구 반대편에서
이 도시를 찾은 이방인을 닮았습니다.
적막하고 고요한 도시의 아침은
낮게 드리워진 겨울 구름의 담요 사이로
인사를 건넵니다.
잠시의 한기를 피하려 들어간 대성당에서
화가 마그리트의 숨결을 찾습니다.
어쩌면
그가 한 번쯤 앉았을지 모르는 대성당의 자리에 앉아...
아침이 밝아 오기를 기다립니다.
새벽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어느새 아침이 먼저 가로질서 도시를 밝혀줍니다.
브뤼셀의 하루가
예쁘게 그어놓은 선처럼 눈을 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