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그리다
진정 이 도.시.를 지키는 것은
높은 에펠탑도
몽마르뜨의 화가도
센강의 루브르 궁도 아닙니다.
숨이 차오릅니다.
어깨가 벽에 닿을 듯 비좁은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갑니다.
장엄한 대성당의 종탑
노트르담의 꼽추 콰지모토가
하루에도 수없이 오르내렸을 이 가파른 통로는
작은 인간에게는 고난과 고통의 길입니다.
종탑에 올라 파리를 바라봅니다.
높은 첨탑과 커다란 성당의 종은 침묵합니다.
대성당은 말이 없습니다.
이 도시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파리의 심장에 노트르담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대성당이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이곳 종탑 위
수백 년 동안 파리를 굽어보는
이 가고일을 품었기 때문일 겁니다.
어쩌면 가고일은 우리들의 아.버.지.를 닮았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가장 낮은 모습으로
가장 높은 곳에서 파리를 지켜봅니다.
가장 외롭고 쓸쓸한 이 자리에서...
파리는 참 평평합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높은 무엇하나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대성당은 이 평평한 수백 년 파리의 숨겨진 이야기를 속삭입니다.
아미 이곳 어딘가
종탑 어귀를 돌면
등 굽은 콰지모토를 만날지 모를 일입니다.
P.S.
종탑을 오르고 수개월 후 대성당이 무너졌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성당의 시대가 끝이 났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