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適者生存)이란 말이 있다. 모를 리 없다. '강.한.놈.'만이 살아남는다는 거다. 미술 이야기하는데 이 무슨 시나락 까먹는 소리일까? 예술의 세계도 매한가지다. 하나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과정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A컷을 찾기 위한 지난한 과정의 연속, 수많은 B컷 중에 가장 뛰.어.난. A컷을 찾는 과정이 바로 예술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렇게 적자생존에서 살아남은 작품을 우리는 미술관에서 보게 된다. 감동에 겨워 물개박수를 칠 수도, 진지한 눈빛으로 눈물을 찔끔거릴 수도 있다. 이쯤 되면 B컷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인간의 본성이니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완벽한 A컷 뒤에는 잘려나간 고민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게 바로 B컷이다. 거칠고 어설프지만, 진실되고 생생하다. 초점을 벗어난 풍경, 예상치 못한 미소, 실패한 시도가 담겨 있다. 그 속에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사람다움과 이야기의 본질이 숨어 있다. 그것은 어쩌면 1인자가 아닌 2인자, 1인자가 못된 2인자가 써 내려간 시덥잖은 B컷의 이야기다. 이제 그 B컷들을 찾아가 보자.
'앗! 이 여인은 모나리자가 아닌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을 둘러보던 관람객은 화들짝 놀란다. 미술관 한구석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이 아무렇지 않게 떡하니 걸려있기 때문이다. 한데, 이상하다. 두터운 방탄유리도, 안전선도 없다. 그림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없다. 이 그림은 분명 <모나리자>다. 그런데 그림 속 주인공은 눈썹이 있다. 이상하다. <모나리자>는 분명 눈썹이 없을 텐데, 그렇다면 이것은 짝퉁일까? 그럴 리 없다. 궁금하다. 이 그림은 대체 뭐란 말인가?
작품은 다 빈치의 <모나리자>에 비해 훨씬 뚜렷하고 선명하다. 게다가 그림에 사용된 재료도 훨씬 고급지다. 모조품일까? 모조품이라기엔 너무 정교하고, 우연이라기엔 너무 완벽하다. 어찌 된 일일까? 만들어진 시기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와 같다. 그러니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누굴까? 일부 학자는 다 빈치의 제자인 프란체스코 멜치 Francesco Melzi나 살라이 Salai의 작품이라 추측한다. 멜치는 알프스를 넘어 프랑스까지 따라간 제자로, 다 빈치가 죽는 순간까지 곁을 지킨 조수다. 살라이는 다 빈치의 제자이자 모델 그리고 브로맨스 동성애인이었으니, 둘 중 하나가 그렸다는 거다. 반면 또 다른 학자는 이 그림 역시 다 빈치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청금석과 같은 비싼 재료로 그린 프라도의 A급 <모나리자>는 의뢰를 한 주문자에서 줬고, 루브르의 <모나리자>는 다 빈치 자신이 죽을 때까지 지녔다는 것이다. 게다가 프라도 <모나리자>는 값비싼 호두나무 패널에 그려졌고, 루브르 버전은 당시 흔해빠진 포플러 나무에 그려진 까닭이다.
<모나리자>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실크 상인 프란시스코 데 조콘도의 아내 리사 델 조콘도 Lisa del Giocondo다. 이탈리아어 모나 Monna는 마돈나 Madonna에서 유래한 호칭이다. 영어의 마담 Madam, 그러니까 리자 부인 정도 되시겠다. 익히 우리가 아는 <모나리자>는 알듯 모를 듯한 미소와 함께 눈썹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탓에 모델이 병을 앓아 눈썹이 없었다거나, 당시 눈썹을 밀어버리는 게 최신 유행이었다는 학설까지 나왔다. 그런데 이게 뭔가? 프라도 미술관의 <모나리자>엔 보란 듯 얇은 눈썹이 그려져 있다. 그녀는 분명 눈썹 있는 여자다. 그렇다, 루브르 미술관의 <모나리자>가 눈썹이 없는 건, 다 빈치가 죽는 날까지 그림을 붙잡고 수천수만 번 붓질을 덧칠한 탓에 눈썹에 지워진 것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모나리자>의 B급 버전일까? 아니면,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이 그림의 B급 버전일까?
- 다음편에서 계속 됩니다 -
* 작가의 책 보러가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186152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557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