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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창우 May 24. 2017

대안 학교 대안 아빠 #1

* 학교명이 두레학교에서 새음학교로 변경되었습니다.



살면서 자주 받는 질문들이 있다.


초등학교 땐 그 유명한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였고, 중학교 땐 "몇 개 틀렸냐?" "몇 등했냐?"등 학구적인 질문들이었다면, 고등학교 땐 "돈 있나?" "매점 가서 우동 한 그릇 하까?" "저녁에 노래방 갈까?"등 인생의 풍류를 즐기는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이 시기부터 "죽을래?" "또라이가?" "마, 니 좀 치나?" 등과 같이 굳이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집을 떠나 새마을호 타고 4시간 20분 걸려 도착한 서울 유학 시절엔 "무슨 과에요?" "고향이 어디예요?" "여자 친구 있어요?" 등 신상 털기 질문들로 옮겨갔다. 어이없게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때려잡은 지금도 고향을 묻는 질문은 계속 받고 있는데, 요즘은 그냥 "샌프란시스코요"라고 시크하게 대답한다. 그러면 열에 한 둘은 진짜로 믿는다. 내가 실리콘밸리풍으로 생기긴 했지.


최근에는 서로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사회를 살아가다 보니, 특별히 자주 하거나 듣는 질문은 없다. 가끔 인생 고수들이 "요즘 행복하세요?"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하더라도, 대부분 "뭐래~"라는 육성이 들릴 것 같은 싸늘한 눈빛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새로울 것도 없고, 재미있는 것도 없고, 궁금한 것도 없고, 본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싫어하는 신비주의자들이 주위에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이 땅의 40대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이 와중에 주위 사람들이 내게 정말 듣고 싶어서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다.

"대안 학교는 어때요?"




난 10세, 5세인 두 딸의 아빠다. 다행히 아직까진 딸들에게 버려지진 않고 있다. 할렐루야.


우리 첫째는 구리 한다리 마을에 위치한 12년제 기독 대안학교 '새음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왜 내게 학교에 대한 질문을 하는지도 알 것 같다. 누가 봐도 오차범위 내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가, 그것도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절대 보이지 않는 내가, 딸아이를 교회 부속 대안학교를 보낸다고 하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어떻게 기독교 대안 학교를 보내는 결정을 했는지, 대안 학교는 일반 학교와 비교해서 어떤 것이 다른지, 정말 공부도 안 시키고 학원도 안 보내는지, 일반 공교육을 받는 또래들에 비해 학업 능력이 뒤쳐지진 않는지, 괜히 학업 능력이 출충해 보이는 우리 자식을 여기 보내면 그저 평범해지는 건 아닌지, 이곳엔 진짜 왕따가 없는지, 둘째도 여기 보낼 것인지, 12학년까지 다 다니게 할 것인지, 모든 문제 해결을 기도로만 하는 건 아닌지, 대안 학교 나오면 검정고시 쳐야 한다는데 상관없는지, 여기 출신들은 대학은 잘 가는지 등등.


실제 새음학교 학부모 설명회에 가면 위와 같은 질문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온다. 이미 많이 알고 온 분들일 텐데도 우리 아이의 교육과 미래가 달린 선택이다 보니, 독실한 분들의 영적인 질문들로부터 소위 말하는 세상적인 질문들까지 거침이 없다. 이런 부분들이 궁금하면 두레학교 선생님들과 졸업생들이 진솔하게 대답을 하는 것을 한 번 들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물론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독실한 크리스천이고 대안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정보가 필요 없다. 그냥 보내시면 된다. 하지만 의외로 부모 한쪽만 대안 교육을 찬성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기독교 대안 교육에 대해서 세상적인 측면에서도 답을 듣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


그래서 새음 학교 학부모 중 가장 세상적(?) 일 것으로 보이는 내가 첫째 아이를 3년을 보내면서 느낀 바를 공유하는 것이 새음 학교, 더 나아가 대안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평균적인 부모들에게는 좀 더 균형 있고 의미 있는 정보 전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이 글을 써보고자 한다. 원래 난 문장만 봐도 "아멘"이 절로 나올만큼 영적으로 아주 훌륭한 문장을 구사할 수도 있지만(믿어 달라), 긴가민가하는 평범한 아빠들을 타겟으로 쓰는 글이라 편하게 써 나가겠다. 또한 이 글은 결코 새음학교 홍보를 고민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글 한 번 써보라고 해서 쓰는 게 아니라, 그런 말씀 안하셨어도 새음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써보고자 했음을 믿어 달라.


대안 교육 대안 아빠.


이 세상의 모든 초등 학부모들의 마음속의 안정과 행복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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