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명이 두레학교에서 새음학교로 변경되었습니다.
대안학교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대안학교(alternative school) :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학습자 중심의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만들어진 종래의 학교교육과는 다른 대안교육을 실천하는 학교. 억압적인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하고 자유로우며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학교.
대안의 영어가 'Alternative'였구나. 그럼 잠깐 삼천포로 빠져 보자. 난 근무 시간 이외에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지하경제 어둠의 업종에 종사하는 건 아니다. "무슨 일 하세요?" "삼성 다녀요" 하던 시절엔, 질문에 정확한 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삼성'이란 단어 하나로 깔끔하게 대화가 종결되었다. 하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 이름은 당연히 아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내가 하는 일도 설명이 조금 복잡한지라 그냥 "직장인이에요"라고 대답한다. 너무 성의 없어 보일 땐 "금융업계에서 일해요" 정도로 추가 설명이 붙을 뿐이다.
지금 일하는 사무실도 조그맣다. 우리 아이들이 와이프 사무실과 내 사무실을 모두 가봤다. 사무실 크기로 회사의 좋고 나쁨을 판단해버리는 첫째 지우는 아빠가 직원이 겨우 6명인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을 안쓰러워했다. 둘째 지아도 건조한 아빠 사무실보단, 냉장고에 음료수도 꽉 차 있고, 정수기에서 물도 나오고, 벽에 다트판도 걸려 있는 엄마 사무실을 훨씬 좋아했다. 나 역시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가득 들어있는 콜라캔들을 보며 박수를 칠 뻔했다. 심지어 엄마 회사 초대형 TV는 화질도 쩔어서, 우리 집 10년 차 TV를 통해 보던 디즈니 공주들이 그곳에선 풀 메이크업을 하고 나온 것 같이 더 예뻐 보였다. 그래서 아이들은 엄마 회사 가는 것을 키자니아 가는 것 마냥 즐긴다. 애완견 한 마리 풀어놓지 않는 이상, 아빠 회사가 엄마 회사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 조그만 사무실에서 내가 하는 일은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다. 대체투자란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 투자대상을 제외한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벤처기업, 원자재, 선박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 대안과 대체는 영어로 동일하게 'alternative'다. 이 글의 제목도 대안 학교 대안 아빠(alternative school, alternative daddy)이다. 이쯤 되면 내가 주류가 아닌 alternative적인 방식을 더 추구하는 성향이 있어서, 일에서도 그리고 딸 학교 선택도 그렇게 한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그런가.
사실 어릴 때부터 전통적인 것보단 새롭거나 튀는 것을 좋아하긴 했다. 학창 시절 한 겨울 체육시간에 혼자 반바지 체육복을 입고 나가기도 했고(물론 여름부터 빨지 않고 사물함에 짱 박혀 있던 체육복이었다), 오락실에 가도 남들이 다하는 버블버블이나 스트리트파이터는 근처에도 안 가고 처음 보는 오락기에 동전을 일단 넣어보곤 했다. 생각해보니 유사 사례는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이런 청개구리 성향은 대학까지 이어져, 파릇파릇 신입생도 아닌 예비역이 삭발에 노란 염색을 하고 다니기도 했고, 공부에 매진하며 졸업을 준비하는 4학년 때, 동아리를 만들어서 운동만 했다. 동기 친구들이 도서관 5층에서 하루종일 공부하며 쌓여있던 위치에너지를 잠시 나와서 우유팩차기를 하며 운동에너지로 바꾸고 있을 때, 난 마포라이온 복싱체육관에서 하루에 두 시간씩 샌드백과 좋은 교제를 나누었다. 증빙서류로 대학교 4학년 때 성적표를 제출하도록 하겠다. 이런 것들을 보면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긴 했다. 여기까진 팩트.
하지만 전통적인 것 또한 싫어하지 않았다. 기존의 틀 안에서 조금씩 튀는 것을 좋아했을 뿐, 틀 자체를 바꿔버리는 큰 변화에는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틀을 굳이 바꾸지 않고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조금 더 고수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적으로도 난 오래전부터 중도에서 살짝 좌파다. 요즘은 중도 좌파가 너무 많아지는 경향이 있어, 사람들이 몰리면 난 또 짐을 꾸려야지. 나만의 또 다른 정치 영역을 찾아보고 있다. 그래서 현재 나의 스탠스는 강남 좌파들보다 조금 더 균형있게 배우고, 돈은 그만큼 없지만 마음은 훨씬 더 풍족하면서도, 마인드는 프롤레타리아적인 '남양주 좌파' 정도라 하겠다.
아직은 가입자수가 1명뿐인 우리 남양주 좌파의 교육관은 '기존 교육을 충실하게 받으면서,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기' 정도였다.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인 내가 학교 다니던 때 이야기를 하면, 곧 가정의 주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외될 꼰대 중증 환자 정도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난 부산에서의 학교 생활이 너무 즐거웠다. 어느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을 때 학창 시절은 너무 힘들어서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난 동신초등학교, 대동중학교, 대동고등학교 생활이 너무 즐거웠다. 심지어 그 시절이 대학교 1~2학년 때보다 더 행복했던 것 같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영향도 크다. 날 상당히 자유롭게 키우셨다. 초등학교 때도 피아노 학원만 보내셨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성적이 롤러코스터를 탈 때도 전혀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셨다. 잘했다고 과하게 칭찬하거나 주변에 부담스럽게 자랑하지도 않으셨고, 못했다고 실망하시거나 질책을 하지도 않으셨다. 그저 잘했을 땐 조용히 고기를 구워주셨고, 못했을 땐 물에 밥을 말아서 김치를 째주셨다.
이처럼 난 공교육에 대해 누구보다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영화 '넘버 3'의 주옥같은 대사 '죄가 무슨 죄가 있냐. 그 죄를 저지르는 x 같은 새끼들이 나쁜거지'는 자식 교육 부분에 참 적용하기 좋다. '영어 못하는 게 무슨 죄야. 영어 못하는걸 죄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나쁜거지'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애들이 무슨 죄가 있어. 그럴걸 알고도 사준 부모가 나쁜거지'가 솔직한 나의 마음이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가정마다 주어진 환경하에서 그 문제를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을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하다 보면, 현재의 교육 시스템 틀 속에서도 충분히 창의적이고 행복한 아이가 나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모든 문제에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나오겠지만, 그런 이유들 앞에 'in spite of'를 붙여놓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정리를 하면, 난 공교육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난 왜 첫째를 인가도 나지 않은 기독교 대안학교에 보내는 결정을 내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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