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상에 두 번째 가을이 왔다.
드르륵! 드륵!
아득한 곳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두리번거리고 있으려니까 부드러운 검정 꼬리가 나를 휘감아 힘껏 튕겨 올렸다. 한 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무지개를 지났다. 호랑나비가 온갖 나비들과 함께 꽃가루를 날리며 따라왔다. 곳곳에 흰 줄기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것이 낙엽에서 나는 연기라는 걸 바로 알았다. 그 속에서 얼룩 고양이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녀석이 나를 콱 깨물었다. 나는 깜짝 놀라 깼다.
“안녕.”
웬 얼굴이 인사를 건넸다. 누구였더라. 얼굴을 뜯어보다가 뒤로 보이는 풍경에 눈길이 갔다. 밝은 잿빛 마당이 내려다보였고 그 둘레로 크고 작은 나무들이 띄엄띄엄 심겨있었다. 마당을 나서면 좁은 길을 따라 골목 어귀에 하늘색 지붕을 얹은 집도 보였다. 들녘에는 무르익은 벼들이 바람에 사락사락 흔들렸다. 야트막한 동산 위로 하늘이 높이 높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눈길을 되감았다. 바닥에 작은 덩어리가 있었다. 동그란 흰색에 그보다 조금 더 작은 검은 동그라미. 나는 그 검은 동그라미가 눈이라는 걸 짐작했다. 빛이 깃들지 않아 섬뜩했다.
“걱정마. 우리 기억은 다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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