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치킨과 인종차별
#1.
“프라이드 치킨, 이건 당신들 음식이잖아요!”
#2.
“어떤 음식을 좋아할지 몰라서, 프라이드 치킨을 준비했습니다.”
(대사 후 이어지는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우왕자왕하는 백인들의 모습’)
영화 <그린북>에서 프라이드 치킨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흑인 피아니스트가 미국 남부를 여행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선 여지없이 ‘흑인은 프라이드 치킨을 좋아해!’라는 스테레오타입이 등장한다.
넷플릭스의 음식 프로그램 <어글리 딜리셔스>의 프라이드 치킨 편을 보기 전 까지는 닭 튀김에 인종차별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 전혀 몰랐다. 흑인을 초대해 프라이드 치킨과 수박을 식탁에 놓으면 최고의 인종차별이라는 어글리 딜리셔스의 내용을 보고 궁금해졌다. 왜? 프라이드 치킨은 흑인 인종차별 음식이지?
구글에서 미국 프라이드 치킨 맛집을 검색하면 미국 남부가 먼저 나온다. 테네시, 노스캐롤라이나 등등 – KFC 역시 켄터키 주에서 시작했으니, 남부하면 닭튀김, 닭튀김하면 남부가 연관검색어로 등장한다. 옛날 미국 남부지역은 대규모 농업이 주요 산업이었고, 농업에 필요한 일손은 대부분 흑인들에게 맡겨 졌다. 차별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던 흑인들에게 소나 돼지 같은 비싼 가축을 키우는 일은 현실적으로도 어려웠고 허용되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허용된 것은닭! 닭을 키워 먹을 수 있던 남부 흑인들은 특별한 날이면 함께 닭을 튀겨 먹었고 이것이 그들만의 문화로 자리잡게 됐다.
남부 지역에서 농민으로 일하던 흑인들은 아프리카 서부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닭에 양념을 해서 먹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남부에 사는 아프리카계 사람들은 닭튀김에 양념을 하게 되었고 이게 케이준과 같이 양념된 프라이드 치킨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또, 냉장고 설비가 발달하지 않던 시절 양념은 닭의 부패를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는 자료도 있는데 – 이 역시 그들이 아프리카에서 배운 비법이 아니었을까?
프라이드 치킨에 대한 흑인의 차별 문화는 오랜 세월 쌓인 부분이고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힘든 부분이다. 넷플릭스의 <어글리 딜리셔스>를 보고 ‘방송을 봤는데도 왜 프라이드 치킨 = 흑인차별 인지 한 번에 설명을 못하겠지?’라고 갸웃했는데 여러 자료를 보다 보니 동양에 있는 외부 문화인이 먼 곳의 문화를 한 번에 이해하려는 자체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요리는 흑인 노예들에게나 시키고 싶어하던 부자 백인들이 흑인이 튀겨낸 맛있는 프라이드 치킨을 보고 비하하며 생긴 스테레오 타입일 수도 있고 프라이드 치킨을 만들어 파는 흑인을 보며 생긴 것일 수도 있다.
가령, 이런 백인 사모님들의 대화를 상상해 보거나 -
“우리집 (흑인) 가정부가 어쩜 프라이드 치킨을 그렇게 맛있게 하는 줄 몰라!”
“어머, 너희집 가정부도 그러니? 우리집 (흑인) 가정부 프라이드 치킨 양념도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맛이야!”
남북 전쟁 중 기차로 이동하던 신사들의 대화가 여러곳으로 퍼지며 스테레오 타입 형성에 기여했을 수도 있다.
“지난 번에 기차타고 가다가 고든스빌에서 흑인 여자가 파는 프라이드 치킨을 먹었는데 어쩜 정말 맛있었어!”
“나도 다이닝 열차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흑인 여자에게 사 먹은 프라이드 치킨하고 비스킷 생각이 떠나지를 않아!”
프라이드 치킨은 흑인에게는 아픈 차별의 산물인 동시에 흑인에게 자유의 바탕이 된 비즈니스라는 이야기도 있다. 고든스빌과 같이 남과 북을 잇는 기차 길에서 승객들을 상대로 프라이드 치킨과 비스킷을 팔던 흑인 여성들은 이렇게 번 돈으로 경제적 자립을 하고 흑인 해방 운동에 자금을 후원하기도 하며 자유를 얻기 위한 힘을 길렀다는 것.
아무쪼록, 프라이드 치킨이 씁쓸한 인종차별에 대한 음식이 아니라 ‘치맥’으로 하나되는, 모두가 편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면 좋겠다. ‘아직도 차별이 있어?’라는 생각으로 이런 글을 쓰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차별에 대한 기사는 끊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옛날엔 프라이드 치킨이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음식이었데!” 라고 말하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