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 vs 2019 레스토랑
인도에서 오는 단체 예약을 핸들링하던 직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갔다. 프로페셔널 뒤에 숨어있던 역정이 꿈틀거리며 표출되고 싶어하지만- 침착함으로 위장하던 목소리가 점점 격양 되어져 갔다. 전화가 끊기고 ‘아이씨!’ 라고 터지는 함성!
“무슨일이야??”
역시나 재미있는 일의 냄새를 맡는 사람들이 전화가 끊어지기가 무섭게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질문을 퍼붓는다.
“이번에 인도에서 오는 단체 손님인데 요구도 많고 무엇보다 제 말은 하나도 들으려 하지 않고 본인 이야기만 해요.”
인도 사람들과의 비즈니스 경험담이 이어지고, 그 중 한마디가 치명적이었다.
“우리는 그들한테 밥해주는 사람이잖아. 또, 그 밥을 먹도록 차려주고 치워주는 사람이고. 카스트 제도에서 가장 낮고 하찮은 사람들인데 당연하지 않겠어?”
카스트제도에서 밥해주고, 밥을 날라주고, 밥을 치워주는 레스토랑 사람들은 피라미드 가장 아래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도 웃기고 실제로도 그럴듯 해 보이는 말이라 그 자리에 있던 동료들끼리 한창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크리스토프 리바트의 저서 <레스토랑에서 - 맛, 공간, 사람>에서도 음식점과 카스트제도의 비유가 등장한다. 1929년 에릭 블레어라는 이름의 웨이터는 ‘오베르주 드 장 코탱’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주방보조로 일한다. 접시를 닦고 채소를 다듬고 쥐덫을 놓는 등의 레스토랑 보조 업무를 한다. 에릭은 이곳에서 일하기 전 ‘호텔 로티’의 레스토랑에서 주방 보조로 일했고 여기서 콧수염을 잘랐다.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콧수염은 요리사들만이 기를 수 있는 것이기 때문. 요리사 보다 아래로 여겨지는 웨이터와 주방보조는 콧수염을 기르면 안됐기 때문에 에릭은 콧수염을 자르고 일자리를 지켰다. 에릭 블레어는 훗날 파리의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주방보조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라는 책을 출간한다.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을 사용한 첫 번째 작품으로.
인도에서 태어난 조지 오웰은 카스트제도를 잘 알고 있었고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카스트제도, 인위적인 위계질서를 발견한다. 레스토랑 직원들 사이의 콧수염 문제와 같은 위계질서는 물론이고 호텔 직원들의 더러운 식사공간과 문 하나 사이로 구분되는 손님들의 화려한 인테리어로 둘러쌓인 공간과의 차이 말이다.
현재의 셰프는 인기를 넘어 선망받는 대상, 사회에 새로운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을 모색해 가는 New leader의 역할도 하고 있다. 현재의 레스토랑은 새로운 트렌드의 대상이며 핫한 레스토랑에 대기 없이 들어가는 것은 사회적 능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카스트제도권에서의 레스토랑에 대한 인식 변화는 모르겠으나 그 밖의 사회에선 1929년과는 다른 모습, 역할, 대우를 받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핫 플레이스, 맛집을 찾고 있는 주말의 어느 날,
1900년대 초반 레스토랑은 지금과 달랐겠구나 하는 상상을 하니 재미도 있고 궁금도 하다.
조지 오웰에 따르면, 수프 위에 더러운 행주를 짠 웨이터도 있다는데...으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