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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y Go Round Mar 25. 2019

직원식당은 정말 맛이 없나?

먹방에 열광하고 약속이 생기면 의례 맛 집을 검색한다. 요즘 사람들의 일상이다. 마음속엔 집 밥, 엄마 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일 년 중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직원식당 밥이다. “CJ프레시웨이가 나를 feeding 하네”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엄마와 함께 살지만 정작 엄마 밥은 일주일에 1번 먹을까 말까다. 나를 하루에 1회 이상 먹이는 곳은 직장인에겐 직원식당이며 학생애겐 학생식당이다. 


단체로 밥을 먹는다는 개념은 단체 보급소와 같은 단어의 힘 때문에 부정적인 요소가 생겼을 수도 있지만 단체급식은 외식 문화 확산에 기여한 '긍정적' 효과가 있다. 


전쟁으로 폭격을 맞은 1940년, 런던 최초의 단체 급식소 British Restaurant이 설치됐다.

British Restaurant은 세계 제2차 대전 중 139곳의 급식소에서 매주 8만 명분의 식사를 제공했다. 전쟁 중 철수된 학교 건물에서 가정교사들이 급식소 운영을 맞았다. 이후, 버밍햄, 리버풀 등 다른 지역으로 급식소가 확대된다. 이 프로젝트의 처음 이름은 <커뮤니티 키친 Community Kitchen>이었으나 윈스턴 처칠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며 <브리티시 레스토랑>으로 변경됐다. 제 2차 세계 대전 중 브리티시 키친은 약 50만명의 영국인에게 식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고, 역사가들에 따르면 브리티시 레스토랑은 영국인들에게 ‘외식’이라는 문화를 선물했다. 


British Restaurant 출처: http://media.iwm.org.uk/ciim5/34/488/large_000000.jpg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라이프 스타일에 기여한 단체 급식은 ‘맛’이라는 결정적 요인은 배제한 채 ‘끼니’를 해결하는 장소의 역할만 하는 것일까? 가령, 주식과 부식을 모두 급식하는 학교 급식에서는 1일 권장량 중 1/3의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는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일정 수 이상의 이용자가 있는 급식소에는 전문 영양사가 상주해야 하는 규정도 있다. 상주 영양사는 식약처의 권고에 따라 염분 조절 등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해 애쓴다. 고객인 직원과 학생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브리티시 레스토랑의 메뉴 역시 고기와 채소가 포함된 3코스였다. 고기와 채소, 디저트가 각각 5가지 종류로 준비되었고 손님들은 각 파트에서 한 개씩을 선택하는, 맛과 영양을 모두 잡는 구성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맛은 감각의 총합이다. 미각, 후각, 촉각, 감각은 물론 감정, 분위기, 취향, 상상과 문화까지 맛을 결정한다. 요즘의 우리는 맛의 결정 요소 중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 때문에 맛 집이나 근사한 레스토랑을 선호한다. 회사 안에, 학교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는 그 장소의 분위기 자체로 ‘맛’에 대한 점수를 낮춰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예로, 단체로 같은 밥을 먹는 형태 중에 맛은 기대하지 않지만 기내식은 그 자체로 선호하는 아이템이 아니던가 - 어딘가로 떠나는 설렘이 주는 맛. 


매일 일터에서, 공부하는 장소에서 밥까지 먹는 다는 생각으로 카페테리아를 바라보면 ‘맛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 있지만, 제일 자주 가는 곳인데 애정을 가지고 살펴보다 보면 ‘그래도 하루 중 한 번 쉬는 맛’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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