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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Jun 05. 2022

스물하나. 그런 걸 왜 물어보세요.

무례한 당신이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가끔가다 무례하다 싶을 정도의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굳이 꺼내지 않은 옛이야기나 내가 말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나 숨기고 싶은 사실들을 파헤치고 깊숙하게 푹. 찔러 넣는다. 그럴 때면 머릿속의 회로가 고장 난 듯 웃지도 울지도 화내지도 못하는 감정 불능 상태에 빠지곤 한다. 그러곤 멋쩍은 듯 웃으며 하하. 쓴웃음을 내보이고는 대답을 회피한다. 도대체 그런 걸 왜 물어보는 걸까 싶을 정도의 질문들. 악의란 전혀 없지만 내 기분 따위는 상관 쓰지 않는 그 질문들에 어떤 답을 해야 할지 가끔 머리가 아프다.


어색하다는 이유로,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이유로. 그런 시답지 않은 이유로 그런 질문들을 마구 쏟아낸다. 그 당시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쓴웃음으로 답했지만 하루 종일 그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다 맴돌다. 집에까지 가져와 씻을 때도 잘 때도 졸졸 따라다닌다. 왜 그럴까. 쓸모없고 예의 없고 의미 없는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질문에 대한 옳은 답을 찾으려 너무 애쓰려고 하는 건 아닐까.


취업은 했는지 결혼을 왜 안 하는지 왜 헤어졌는지. 나에 대해 평소 궁금해하지도 않던 사실들을 그저 오랜만에 봤다는 이유로 그런 시답지 않은 이유로 나도 평생을 고민하던 그 문제들에 대한 대답을 들으려 한다. 마치 너는 왜 그렇게 사냐는 식의 폭력적이고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안부처럼 묻는다. 내가 퇴사를 한 이유에 대해 묻고 굳이 왜 목포에 내려왔는지. 지금까지 1년 길게는 3년 10년 있었던 얘기를 한마디 한 문장 한 단락으로 설명할 재주는 없다.


가끔 나 또한 묻고 싶은 질문이 많다. 왜 그랬는지 왜 그러는지 속 안에서 입 밖까지 나오는데 1초밖에 되지 않지만 그 1초를 참기 위해 머릿속 가슴속에 맴도는 그 말을 꾹꾹 눌러 삼킨다. 그게 그 사람한테 얼마나 상처일지 아니면 쿨하게 넘길지 확실하지 않기에 그냥 묻지 않는다. 너의 그 선택으로 잘 지내고 그 선택을 한 여러 이유가 있겠지. 라며 넘기고 어색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는 수많은 질문 중에 하나를 골라 대화를 이어간다. 


친한 사이엔 물을 수 있다. 아니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속 터놓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 내 인생도 다른 사람의 인생도 크게 다를 것 없이 일어나고 누군가는 그런 인생을 꾹꾹 눌러 참고 살고 있을지 모른다. 굳이 먼저 꺼내지 않는다면 내가 파헤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자신의 과오를 실수를 실패를 파헤쳐 남을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럼 기분이 상할 상황도 줄어들지 않을까. 


때때로 그런 무례한 질문들이 하루를 망치고 관계를 망친다. 말은 너무 쉽다. 말로는 세상을 가질 수 있고 말로 때때로 사람을 죽인다. 그것도 몇 번이고 너무 쉽게 무너트려버린다. 나 또한 말조심. 말조심. 말조심. 이제 더 이상 얼마 남지 않은 내 사람들을 말로 너무 쉽게 잃을 수 없다. 소중히 지켜내고 보살펴야 한다. 좋은 말, 위로, 격려를 해주기에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일지 모르니까.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서 안아주고 반겨주고 사랑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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