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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Oct 22. 2022

숨 고르고 하나. 찰나가 영원이 될 때

그렇게 나는 변하지 않았다.

모든 순간을 돌이켜 볼 수 있다면. 또 그 순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기억나는 순간이 있을까.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혹은 그때 내가 그런 선택을 했었더라면 하는 그런 순간들 속에 영원히 기억에 남는 그때의 나를 어쩌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아파 울거나 세상 행복한 만큼 웃었다거나. 행복함 불안함속에 공존했던 그 찰나의 순간이 앞으로의 나를 만들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기억하고 또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 사람의 한마디가 나의 인생을 바꾸고 순간의 선택이 나의 앞으로의 날들을 바꿀 만큼 내 인생은 그리 단단하지 못했나 봅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두렵고 멈춰있기엔 스스로의 자괴감에 빠져 내 인생에서의 무엇인가를 또 찾아 헤매게 될지도 모르니 가끔은 나의 인생을 돌이켜보는 것이 두려운 날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그 길었던 밤들을 펼쳐 놓으면 아무래도 앞으로 살아가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의 긴긴 밤들이 당신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나 때문이었는지 이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졌습니다. 이제 제 마음의 변화가 많이 생겼기에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을 때 쓰자고 마음먹었던 그 순간이 빠른 시일 내에 돌아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나는 내 탓을 하기 바쁘고 나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람을 달갑게 받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단점은 너무 크게 보여 그 안에 숨겨진 장점들을 발견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것도 여전합니다


그러다 문득 제 나이가 안타까워졌습니다. 누구에겐 무엇인가를 도전하고도 남을 나이 그리고 누군가에게 미움받고 버림받아도 다시 다른 누군가를 만나 인연을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도 오늘만을 살아내는 제 모습에 연민을 느껴 속 깊은 한숨을 내뱉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무엇인가 의미를 찾기보다 제 스스로에게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회상하며 제 모습을 미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내 스스로 나를 가라앉히지 않게 노력이란 걸 해야 하는 경지까지 와버렸습니다. 사랑은 사치가 되어버리고 다른 사람에게서 느낀 호감은 적대감으로 변질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내가 소속되어있는 어떤 공간이든 나의 자리 하나 차지하는 것조차 매우 어렵고 힘겨운 일이 되어버릴까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하는 운명이 다가와 그 무엇이든 해방감을 느끼는 것조차 이젠 사치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고 아파하며 이별하는 것은 언제든 받아들이기 힘든 그런 날들입니다.


그럼에도 이제는 조금 괜찮아지려고 노력하고 실제로도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실수에 야박하고 사랑은 겁나고 누군가의 친절은 괜한 의심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목적지가 같이 가는 누군가가 함께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저도 이제는 사랑하고 싶어 졌습니다. 기대고 싶어 졌고 기대하고 싶어진 이 마음을 아주 긴긴 시간 동안 간직하고 이 찰나의 순간이 나의 영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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