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고
2022년 어쩌면 정말 떠오르기 싫을지도 모르겠어요. 행복했다 울었다 좋았다 싫었다. 냉탕온탕을 왔다 갔다 정말 22년은 저에게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빨리 끝맺음을 맺고 싶은 한해였습니다. 제 인생을 통틀어 보아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그렇게 한 해를 보내며 저는 회고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긴긴 시간을 잘 버티고 무너지지 않고 그저 끝냈다는 게 자랑스럽고 잘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제게 미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지랄 맞은 성격도 예민한 성격도 모두 잃지 않고 살아줘서 고맙다고요
저희 팀장님이 말했어요 '회고를 해야 왜 욕먹는지 알고, 스스로 칭찬해줄 수 있지' 라구요. 저희 팀장님과 팀원들에게 정말 항상 배울게 많아요. 그렇게 흘러가는 얘기도 이렇게 글로 남기고 시간이 지나 음미하여 또 떠올리게 될지 모르니까요. 제게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음미하고 곱씹으면 괜스레 웃음 나는 사람들입니다.
2022년에는 취업을 했고, 졸업을 했고, 퇴사를 했고, 목포에서 2달 동안이나 살았으며, 의도치 않은 취업도 하고 지금 이렇게 잘 다니고 있으니까요. 또 제가 그렇게 싫어했던 설계와 기획일을 하게 될지 몰랐습니다. 제 능력을 탓하고 제 인성을 탓했으며 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싫었던 한해였다고 생각했습니다.(자기 검열의 끝판왕)
수많은 자기 검열 속에서도 굽히지 않았어요. 나는 예민하고 깨지기 쉬운 사람이란 걸 이제야 인정하고 2023년을 맞이했습니다. 찡얼 대기도 하고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 굴고, 억지로 웃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스로 암시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게 2023년은 왠지 모르게 괜찮을 거라고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습니다.
뜨거우면 실수하기 마련이고 차가우면 무뎌지기 마련이니까요. 저는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차가운 사람이고 싶어 졌습니다. 웃고 울고 내 감정 표현은 서툴러도 나 스스로한테는 솔직하자고 다짐하고 2023년을 맞이했습니다.
여러분은 행복하신가요? 행복하길 바라시나요? 아니면 그 행복이 떠나갈까 쥐면 터질까 놓으면 날아갈까 불안하신가요? 오래 산건 아니지만 삶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행복하다고 마냥 행복한 것도 불행하다고 세상이 멸망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냥 오늘입니다. 수많은 오늘 중에 하나의 오늘일 거예요.
잘 살고 싶고, 행복하고 싶다는 그 생각이 제게는 딜레마였거든요. 주변에 사람이 많아야 행복할까요? 아니면 돈이 많고 원하는 일을 하고 그런 근본적이지만 이루기 어려운 것들이 행복일까요? 아니요. 저는 절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행복이란 건 충만할수록 불안합니다. 이루기 어려운 것이었을수록 불안하고 흔들렸습니다.
제게는 사랑이 딱 그런 행복이었어요. 제가 좋다던 그 사람도, 이루어지지 아쉬워했던 그 사람도, 말 한번 못 걸어 보고 보내버린 그 사람도, 결국 제겐 행복일지도 몰랐겠지만 행복엔 결여된 마음도 포함이라는 것을 알아버렸습니다. 그러니 우리 행복하지 말아요. 2023년엔 행복하지 맑고 불안합시다. 계속 결여된 마음을 가지고 내게 행복이라는 것과 안정감이라는 것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 쳐보려고요.
2022년은 떠났습니다. 2023년은 와버렸고 곧이어 2024년... 2025년이 계속될 거예요. 이 무의미한 흐름 속에서 의미를 찾아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결여된 내 삶을 사랑해 봅시다. 그럼 2022년은 어쩌면 결여된 한 해 속에 행복을 찾아 발버둥 치던 내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하겠죠. 최고의 불행한 한 해가 아니라 최고의 행복한 한 해로 보내려고요. 잘 가. 2022년. 안녕?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