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두려움을 후회라 부르고 있지 않나요?

왜 우리는 떠나지 못하는가

by copyboy

지칭할 수 없는 무언가가 아득하게 멀어지는 걸 지켜보았다. 정말 이젠 더 이상 따라잡지 못할 것 같을 만큼. 같은 걸음, 같은 거리를 걷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뒤를 쫓아가는 것만 같은 상황이 되고 나니, 뛰어가도 놓아도 스스로가 괴로운 시간이 되었다. 그렇다. 결국 기어코 멀어졌다.


참지 못했던 마음을, 조금의 미동에도 터져버렸던 시간이 지나 이젠 마음속에서 수없이 터트리고 혼자 안고 쓰러졌다. 왜일까, 무엇일까. 의미에 대해 참 많이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 부정들 속에서 그게 아니라고, 상처받았다고도 스스로 생각했던 것 같은데, 모든 게 가까워진다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다. 나는 변하지 않았고, 그러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이 가득해도 증명해낼 수 없다.


결국 나도 그만큼 노력하지 않았다. 이 시간을 벗어나려 애쓰지 않았다. 그냥 남겨두고, 이 벅차오름과 꽉 막힌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었다. 노력하면 흩어져 다시 주워 담지 못할 것만 같았고, 그 흩어짐 속에 긴긴 시간 아파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건 후회나 아쉬움이 아니라 두려움이 더 컸다.


후회할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지만, 이대로 있는 것도 후회고 나아가는 것도 두고 갈 그 시간들에 대한 후회가 두려웠다. 가끔 주체 못 할 이런 마음들을 안고 사는 것은 너무 불행했고, 내가 비교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나는 달랐다.


노력하지 않은 사람을 보는 그 시선은 의지 박약일까, 애처로움일까. 인정하지 못해 폭발하지 못했고, 폭발하지 못해 모두 쏟아내지 못했다. 쏟아내고는 스스로를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그간의 시간들을 두고 앞으로 나아갔어야 했지만, 내가 별로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공간과 시간 속에 무엇인지 모를 진심들을 두고 가지 못했다. 나는 망설임 속에서 기회만 바라보았고, 그 기회에 누구도 담지 못할 내 깊은 마음을 다 보여내고는 이해해달라 애썼다.


나의 자존감, 나의 자존심. 그걸 깎아먹은 건 나일까. 깎인 걸까. 나는 사실 알고 있다. 나는 상처받았고, 그걸 평생 안고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도망치고 피하는 것이 맞설 자신보다 아직 두려움이 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 해 한 해 지나갈 때마다 이것이 나를 성장시킬지, 영영 도망치는 사람으로 남게 둘지 고민하면서도 막상 그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그 두려움이 나를 가장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잘하고 있다”라는 명확한 확인.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해 타인에게서만 받을 수 있는 그 안정을 이젠 스스로에게 매번 되묻고, 타인에게 후한 마음을 내게도 조금 내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많은 시그널 속에서 나를 보전할 수 있는 그 말들을 내가 품어 자라날 수 있게, 도망치지 않고 함께 나아가자고 눈 마주치며 손 내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