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면서도 놓지 못했던 나에게

by copyboy

이제 봄이 찾아왔다. 잘 지냈니? 흔들릴까 무섭고 걱정되었던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햇살을 맞으니 시간이 지나긴 하는구나 느꼈어.

여러 감정이 밀려왔지만 겨울이라는 핑계로 내어두지 못하고 따뜻하게 품어주었어.

내어두는 것이 품는 일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이었거든.


이제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웃고, 가끔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아주 가끔 깊은 적막감에 숨이 막힐 때도 있더라. 굳게 닫아두었던 창문을 열고 이제는 새로운 것들을 마주해야 할 때가 온 거지.


내 인생도 따뜻한 봄이 아니라 추운 겨울과 따뜻해지는 봄의 그 어딘가 사이에서 항상 고민했던 것 같은데, 너의 양지마른 그 공간을 탐내었는지 몰라.

기대지도 못하면서 기대하기만 하는, 그러고는 홀로 외롭다며 아직 나에게 봄이 오지 않았다며 많은 날들을 스스로 그곳에 내버려 두고 나아가지 못했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지만 그랬고, 그랬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그 어린 마음 안에서 잘 버텨주어서 고마워. 네가 무너지지 않았기에 나 또한 버텨내고 나아갈 수 있었어. 사실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내가 쌓아왔던 모든 걸 부정했던 것도 너이기에 참 미웠어.


하지만 너와 함께라면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겁도 많고 걱정도 많지만 그만큼이나 신중하고 세심하게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네가 그런 사람이라 좋았고, 때로는 안쓰러웠어. 생각보다도 아니고, 그냥 괜찮은 사람이었거든.


그러니 우리 이제 여기서 안녕하자. 그런 너를 너무나 아끼고 애정하지만, 너라서 아팠고 그런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지쳤어. 스스로를 자책하며 지내온 긴 시간들을 뒤로하고 우리 이제 여기서 안녕하자.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때, 그런 날이 언젠가 올 거라고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그날이 우리의 진짜 봄이지 않을까?


그러니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자. 그 따뜻한 봄날에 무너지지 않아 이런 따뜻한 날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지나갈 시간들 속에서도 이 날을 잊지 않고, 목련 꽃피는 봄에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