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이라는 이름의 정지
경험으로 회피하던 것들이 다시금 다가왔을 때 이전보다 훨씬 좋은 경험으로 다가올 때가 있었다. 어릴 때 기억으로 미역국을 안 먹던 내가 피하지 않고 미역국을 먹고, 과일을 즐겨 먹지 않던 내가 과일이 먹고 싶어 한 움큼 집에 가져와 먹으며 계절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분명 크게 실망했고 그만큼의 감흥이 내게 오지 않아 피하고 찾지 않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 마주하니 새롭고 나의 취향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며 지루해하고 똑같은 일상을 현상 유지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이라고 느꼈던 내가 피했던 변화와 변동에 마주하려 노력하고 있다.
잔잔함에서 오는 그 편안함과 안정감에 매료되어 있었지만 결국 과거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에서 던져진 작은 파동 하나가 나에게 파도처럼 밀려왔다. 무너질까 두려웠고 실제로도 무너졌다. 흔들리는 것이 겁났고, 해선 안 되는 말들을 하는 것처럼 나의 흔들림이 다른 이들에게 상처가 될까 숨기고 악착같이 버텼다.
차갑게 재단했고, 잘라냈고,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에서 제일 안전할 것만 같은 선택과 길만 찾았다. 그것이 정상인의 범주라고 믿으며 실천하며 살았지만, 그러니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늦었고 또 이러한 기회들을 놓쳤다.
그러다 문득 착각 속에 살아가는 나를 마주했다. 아닌데 맞고, 맞는데 아니었다. 그 착각 속에서 마음을 부여잡고 그렇게 경험의 부재 속에서 새로 배워 나아갔다. 나의 취향이 단단해지고 내가 가지고 있던 편협한 시선과 시야가 넓어져 갔다. 그때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때 나의 잘못을 용서했다. 때때로 사랑이나 친절이라는 말로 나에게 주었던 상처를 상처로 받았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웠다.
바다가 보고 싶었다.
맛있는 저녁이 먹고 싶었다.
따뜻한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아침 햇살에 눈 뜨지 않도록 너무 어둡지 않은 곳에서 깨어나고 싶었다.
사람 많은 곳에서 남들이 하는 것을 하고 싶었다.
아직 이렇게나 느끼고,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해야겠다. 멈추지 말아야겠다. 혼자 착각하고 기대하고 실망하지 말아야겠다. 이제 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확신 속에서 지켜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