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기록
3월이지만 따뜻하면서도 추운 해괴망측한 날씨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어느 날이다. 이제는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겨내고 싶다는 마음이라도 생겼는지 모르겠다. 이것저것 하긴 하지만 이내 관성 때문인지 다시 돌아가기를 여러 번이었다. 사람도 만나야 말하는 요령이라도 생길 텐데, 만나기에는 너무 귀찮고 집에 있기에는 외로움에, 혹은 헛헛함에 이내 짐을 대충 챙겨서라도 밖을 나섰다.
외로움이란 건 뭔가 금기어 같은 말 같았는데, 평생을 싸워야 하는 감정이라면 조금 친해져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면서도 나잇살처럼 인정하고 싶지 않아 숨기기 급급했다. 익숙해져 가는 회사도, 친해져 가는 팀원들과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불합리함도 걱정했던 것들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나니 그러려니 하고, 언제 걱정을 했었나 싶었다.
역시 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구나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첫 감정과 첫 모습에 판단을 해버리고는 상종하지 못하겠다며 끝없이 미워했다. 허나 그 미움을 치우니 사람을 마주했고, 그 매력과 그 마음 안에서 때때로 위로를 받기도 했었다. 그 위로에 부끄러워 절대 들키지 않겠다 다짐하고는 조심스레 다정을 베풀기도 했다.
그 다정이 내게 돌아오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영영 이 정도로 잔잔하게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사람은 참 간사해서 곁에 있을 때는 세상 미운 점과 사람의 밑바닥을 스스로 정하고는 선을 긋다가도 멀어지면 그제야 그 사람을 마주했다. 내가 미워하지만 지키고 있는 사람에게서는 무조건적인 긍정과 배려를 바랐고, 조금이라도 내 깊은 곳을 들켜버리면 사고라도 난 것처럼 도망치기 바빴다.
시간이 지나 그런 사람들을 줄 세워 보니 나쁜 사람도,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도, 가치관이 다른 사람도 분명 있었지만 환멸할 정도의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분명 나의 미숙함에서 왔던 마음들도 한몫했을 것이고, 편협했던 시선들 속에서 나와 맞지 않는다고 재단한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한 해 한 해 지나갈 때마다 내 나이의 그 사람들이 보이고, 그 시절 내 나이의 타인들도 보인다.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늘어났다. 그리고 앞으로의 내 삶의 그 사람들도 보인다. 정말 시간에 해답이 있을 때도 있지만 결국 후회에 답이 있을 때도 많았다. 후회와 시간 속에서 개선을 찾는 것. 더 성장할 것이라는 스스로를 믿어 의심하지 않는 마음. 수많은 오해 속에서도 사랑만 골라 담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