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oodbye Seoul!

by 너굴이

작년 이 맘 때 글을 쓴 후 꼭 1년이 흘렀다.

뉴욕으로 떠나기 직전, 너무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서 길을 걷다가도 혼자 웃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그곳에서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겠다는 나와의 약속은 나름 잘 지킨 것 같다. 아무도 읽을 수 없는 곳에 적어두긴 했지만, 일과를 적어보는 경험을 통해 나는 기억을 '기록'하는 일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기억은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겨둘 때, 그 가치가 배가 되었다.


뉴욕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정말 많이 겪었다.

으레 새로운 곳으로 떠날 때면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일과 마주하겠지'라고 어렴풋이 짐작하게 마련인데,

정말 문자 그대로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일과 마주하는 매일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인연들을 만났고, 그 인연들로부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실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완벽하게 자유로웠으며,

매 순간 존재 그 자체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까지 내가 내 마음속에 쌓아둔 장벽들을 내 손으로 하나씩 내려놓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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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다가 발견한 센트럴 파크 저수지 전경



한국에서와 달리 나는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거리를 걸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고,

햇빛을 가리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일광을 즐기게 되었다.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하고 같은 공간에서 산다는 일에 익숙해져 갔고,

내가 왜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을 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남들과 다른 나의 특징도 알 수 있었고, 남들이 가지지 못한 점을 누린다는 사실에서 자만을 내려놓고 진실로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하우스메이트들 눈에는 밤샘을 해대는 내가 신기했겠지만,

그 조차 한국에서의 생활에 비하면 아주 여유로운 것이었다.

나는 뉴욕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 덕분에 단순히 맨해튼에서 몇 달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잊지 못할 삶을 살아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유형의 사람들과는 정말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들 덕분에 나는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어딜 가나 느낄 수 있는 교우애 덕분에, 나는 내가 가질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더니, 내가 나를 괴롭히는 버릇이 때때로 등장해서 스트레스받는 시간도 있었고,

그런 나를 스스로 위로하는 법을 몰라 남부끄럽게 운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시간을 하나로 요약하자면

'나는 뉴욕에서 완벽하게 행복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펑펑 솟아오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어서 억지로 잠을 청해야 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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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면서 저런 짓을 하고 놀았다... ㅡㅡ^



한국으로 정말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처음으로 좁은 내 오피스텔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부모님 댁으로 내려갔지만, 그것도 해결책은 되지 못하였다.

뭐라도 집중할 거리를 찾아야 했고, 어디든 나가야 할 것만 같았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기억할 거리도 없는 9월이 지나갔다.


나는 필사적으로 뉴욕으로 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아주 솔직한 고백을 하자면 나와 fit이 맞는 학교를 찾는다면서 그 조건 중 하나로 '뉴욕'을 은근슬쩍 끼워넣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정말 어드미션을 받아야 하니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뉴욕'을 놓을 수 없었다. 그 뉴욕 앓이에도 장점은 있었나 보다. 내 친구 말처럼 내가 그 스트레스받는 과정에 지나치게 '몰입'되는 것을 막아준 것이 '뉴욕'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번에 뉴욕에서 공부할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나와 fit이 맞는 학교가 그렇게 많지 않았고, 외국인에게 후한 학교는 더더욱 찾기 힘들었다.

앞으로 내 학위 과정을 좌우할 아주 중요한 결정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짧고 강렬했던 기억에만 의지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은 마치 내가 나아가야 할 이상향처럼 남아 이정표를 제시해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이제 서울에도 작별 인사를 고할 수 있게 되었다.

10여 년 전, 서울은 나에게 일종의 이상향이자 반드시 가야만 하는 곳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좁은 판에서 살기 싫다는 것이 전부였다. 평생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때 되면 더 큰 물로 뛰어들고 싶었다.

'서울'은 그 당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큰 물'이었다.

따라서 대학을 서울로 가는 것은 속박처럼 느껴지던 부모님의 울타리를 벗어날 아주 좋은 기회였고,

남들이 말리는 길을 선택했던 상황에서 내가 나 스스로에게 내 능력을 증명해 보일 단 하나의 수단이었다.

그리고 나는 서울을 왔고,

이 곳에서 내 20대를 모두 보냈고,

내가 선택한 일들은 모두 도전해 보았다.

이제는 서울이 또 하나의 속박처럼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너무 감사하게도

나는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도전한 길에서 결국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내가 원하던 100%의 결과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이상향에 가까운 곳이라고 말씀들 하셨다.

가장 짜릿할 정도로 기뻤던 점은, 이제 다음 목표를 세울 수 있다는 것.

얼마나 오랫동안 이 순간을 바라왔던가.

제발 고인 물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무수히 기도했었다.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자괴감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 해 달라고,

내가 내 가치를 스스로에게 증명하면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진심으로 기도했었다.



뉴욕에 다녀온 지 꼭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뉴욕을 들르기로 하였다.

1년 전 내가 결심한 목표를 이루어 낸 오늘의 내가

1년 전 오늘을 꿈꾸며 때로는 불안감에 힘들어했을 그때의 나를 만나러 가는 여행 같은 느낌이다.

많은 것이 바뀌어 있겠지만,

또 새로운 것들이 나를 맞이해주겠지.

Goodbye Seoul, Hello 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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