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육아, 없어도 괜찮은 리스트 만들기

not to do list의 유용함

by 애기곰

누군가의 추천템에 흔들리지 않기가 힘든 세상이다.

삶의 질 향상템, 국민템, 필수템, 잘 샀다 템, 잘 썼다 템, 유명 인플루언서의 현명한 소비템, 내돈내산까지...

소비 권하는 사회에서 나 혼자 고고하게 요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 어렵다.



특히 아이를 낳고, 씻기는커녕 잠도 못하는 날이 이어지면 '그 무엇이 없어서 내 육아가 이리도 고단한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늪으로 빠져드는 육아의 세계에서 구원자가 되어줄 그 무언가를 찾아 나서지만, 몇 달 후 그렇게 하나둘 늘어난 용품을 처리하는 나날이 또 한 번 나를 기다린다.



2년 간 아이 둘을 키우며 자주 느끼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필수템인 것이 나에게는 '옵션'일 수 있다. 그들에게는 현명한 소비템인 것이 내 삶에서는 '예산 초과'일 수 있다. 국민템이라고 뭉뚱그리기엔 개인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유하다 (한국인이라고 나를 '퉁치는' 외국인을 상상해 보자).



아기들을 낳고 1년쯤 되었을 때, '미니멀 육아를 지향합니다, OO 없어도 괜찮았어요'라는 글을 썼다.

자동 분유 제조기, 많은 아기 옷, 건조기, 젖병 세척기, 값비싼 원목 하이체어, 전집 등, 실제로 1년 간 없어도 (쌍둥이) 육아에 지장이 없었던 것들을 나눴는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누군가는 이 모든 것들이 없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며 공감해 주기도, 또 다른 누군가는 몇몇은 없어도 괜찮지만 이것만큼은 정말로 편리했다며 부분 공감을 해주기도 했다(물건 하나를 두고도 이토록 다른 우리네 삶이란!).



이후에도 무엇을 살까,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는 오히려 역으로 생각해 보고 있다.

'내 육아에 없는 것 10가지'를 찾아본 날도 있었고, (영어유치원, 학습지, 전집, 영양제, 과한 지출, TV...) '새 육아용품 안 사도 되는 이유 6가지'를 혼자 적어 내려간 날도 있었다. (망가져도 마음이 편함, 아이를 다그치치 않아도 됨, 양육자 성격이 둥글둥글 해짐, 자원을 아꼈다는 마음, 희생했다는 마음이 없음)



육아의 영역에서 시작된 '없어도 괜찮은 리스트(not to do list)' 만들기는 삶의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되었다.

반찬을 만들고 빵을 구울 때도, 없으면 없는 대로 만든다. 맛의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적은 재료와 수고로 맛있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보람과 성취가 있었다. 물건을 사는 기쁨보다 적은 것으로도 만족하며 살 수 있는 마음가짐은 점차 내 삶을 사랑하는 방향으로 나를 이끌었다.



이 삶의 단점이 있다면 모양이 많이 빠진다는 것이다. 쌍둥이지만 트윈룩, 시밀러룩은 없고 물려받은 옷, 중고로 구입한 옷 몇 벌을 돌려 입는다. 근사한 키즈카페나 아름다운 식탁은 등장하지 않는다. 인테리어를 빛내줄 원목 장난감은 없다. 어디에 내놓을 만한 그럴듯한 장면은 드물다.


그래도 괜찮다. 그럴 듯 한 삶을 사는 것이 내 삶의 목표는 아니니까, 게다가 나는, 모양 빠지는 이 삶에 깊은 애정을 느끼기 시작했으니까, 정말로 괜찮다.



p.s.

물 300g, 통밀 400g, 이스트 1g 로만 만든 빵


이전 03화차 없는 쌍둥이 육아, 우리는 실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