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에 맞는 육아

내 아이와 내 삶을 사랑하는 법

by 애기곰

분수에 안 맞는 곳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모두가 그곳이 그렇게 좋다고 하니까 나도 덩달아 가고 싶어졌던 것이다. 당시 남자친구(지금의 남편)에게 우리 거기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곳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달 월세를 내고 옷 값으로 월급을 탕진하느라 허덕였지만 결국, 신혼여행만큼은 호화스럽게 다녀왔다. 나, 그 정도는 해줄 가치가 있는, 몹시도 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결혼 14주년과 함께 나의 아이들은 두 돌을 맞이했다. 12년 만에 품에 안은 몹시도 귀한 아이들이다. 영유(영어 유치원) 정도는 거뜬히 보내줄 가치가 있는, 세상에 둘도 없는 내 자식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해 나의 더 귀한 남편과 나의 삶을 쥐어짜고 싶지는 않았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지만, 정말로 귀하게 대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배워야 했다.



나의 취향도 모르고 남들을 따라가는 신혼여행이 나를 귀하게 대접하는 것이었을까? 부모의 삶을 짜내어 아이들에게 붓는 것이 아이들을 귀하게 대접하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고민을 거듭한 결과, 내 귀한 아이들에게 정말로 주고 싶은 것은 '질긴 생명력'이라는 답을 냈다. 자기를 존귀하게 대한다는 것의 의미를 잃은 채, 너무도 손쉽게 생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을 품는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을 보며, '삶의 지속성'이 이 시대 가장 큰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들과의 비교로부터 자유로울 것, 남 인생 말고 내 인생 만의 의미를 찾을 것, 보이는 것들에 쉽게 현혹되지 않을 것, 가진 것들에 자족하되 나아갈 것, 끝까지 내 삶이 가치 있다고 믿을 것. 삶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생각해 보다가, 끝으로 '분수를 즐길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삶에 안주하라는 말, 못 올라갈 나무 쳐다도 보지 말라는 말과는 다르다. 나는 다만 (어떤 모양이든) 내 삶을 사랑하고 싶었고, 그것이 '분수에 맞는 육아'라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내 육아와 내 아이들, 나와 남편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다른 이들의 아기 키우는 방식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능력도 생겼다. 누군가의 소비 지향적인 세련된 육아를 보고도 흔들리지 않을 묘한 자신감도 피어났다. 과한 지출과 비교로부터 오는 소외감이 없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편안해졌다.



분수에 맞는 삶을 살며 우리답게 키워보자고 한 작은 결심 덕분에, 휘황찬란한 신혼여행지에서의 밤보다 오늘의 밤이 더 빛나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아이들 덕분에 더 단단해지고 더 반짝이게 되었다.



lucio-patone-knCzz1AOb5Y-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Lucio Pa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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