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연탄집게와 서툰 젓가락질

by 온지정원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인가.. 추운 겨울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언니가 몰고 온 폭풍이 집안을 휩쓸고 있었다. 밖으로만 돌던 연년생 언니의 잘못은 늘 그랬듯 나의 '연좌제'로 이어졌고, 그날 엄마의 분노는 평소보다 훨씬 뜨겁고 날카로웠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엄마가 손에 집어 든 것은 회초리가 아닌, 아궁이 옆에 있던 시커먼 연탄집게였다. 그 서늘한 쇳덩어리를 집어든 순간, 극도의 공포가 우리를 덮쳤다. 평소 매라면 벌벌 떨면서도 조용히 맞던 나였지만, 그날만큼은 본능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맨발로 집 밖을 뛰쳐나갔다. 발바닥에 닿는 겨울 골목의 얼음장 같은 감각보다 뒤쫓아오는 엄마의 기세가 더 무서웠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붙잡혔고, 그 와중에 엄마가 휘두른 연탄집게가 내 오른손등을 스치듯 때렸다.

​"아악!"

​비명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을 만큼 날카로운 통증이 손등을 파고들었다. 그날 이후 내 오른손은 한동안 내 것 같지 않았다. 부어오른 손등보다 더 깊게 부어오른 건 어린 마음의 상처였다. '나는 집에만 있었는데, 나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라는 억울함이 연탄집게의 그 차가운 쇳물처럼 내 마음속에 굳어버렸다.

​성인이 된 지금도 나는 젓가락질이 서툴다. 정석대로 젓가락을 쥐려 하면 왠지 손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어색하다.

​어쩌면 나는 젓가락질을 고치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이 서툰 몸짓은 수줍음 많던 작은 아이가 그 가혹한 연좌제의 시절을 견뎌냈다는, 나만의 유일한 흔적일지도 모르니까.

내 서툰 젓가락질의 기원을 아는 유일한 목격자이자 가해자인 엄마에게, 나는 몇 번이고 똑똑히 언급했다.

​"엄마, 내 젓가락질이 왜 이런 줄 알아? 그때 엄마가 나를 연탄집게로 때려서 그래. 아무 죄 없는 나를 왜 연탄집게로 때렸어? 그 바람에 손이 이렇게 된 거라고!"


엄마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약간의 미안함과 함께 그저 지나간 일이라 치부했다.

이제는 안다. 내 손등을 때린 건 연탄집게였지만, 내 마음을 때린 건 이해받지 못했다는 서러움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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