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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닝피치 Feb 21. 2024

꽈배기파스타

아무 단어 시리즈 5

 고등어를 기름에 굽고 오이를 채 썰어 발사믹과 올리브유를 한 바퀴 두른다. 파마산 치즈를 솔솔 뿌리니 금세 샐러드가 완성되었다. 

 " 우리 저녁 먹자. 오늘 메뉴는 고등어구이랑 오이샐러드야. 모두 좋아하는 거지?

평소 즐겨 찾던 음식들이라 내심 아이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나의 예상과 정반대였다. 

"오늘은 생선 싫어! 꽈배기파스타 해줘." 

뭐라고??? 꽈배기 파스타?!!!!!!  나의 속마음은 이미 소리를 지르고 남았지만 겉으론 침착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 오늘은 엄마가 저녁 식사를 다 준비해서 꽈배기 파스타는 안돼. 우리 내일 먹는 건 어떨까?! " 

" 싫어! 오늘 먹고 싶단 말이야. 꽈배기 파스타 해줘! 해줘! 해줘! "

두 번의 거절로 알아챘다. 이건 쉽게 끝날 요구가 아니겠구나.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아직 이성의 끈을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반찬 투정 하면 안 된다고 했지? 엄마도 파스타 해주고 싶은데 지금 만들면 저녁 식사가 너무 늦어. 오늘은 생선구이 먹고 내일 파스타 먹자. 엄마가 꼭 해줄게." 


 예상했겠지만 엄마의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통통한 볼과 볼록 튀어나온 이마가 울긋불긋. 눈엔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 후 십 분여간 눈물과 함께 꽈배기파스타를 외쳤던 그녀의 모습을 나는 바라볼 뿐이었다. 꽈배기파스타가 뭐라고 이리 야단인가. 어른인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다. 울음이 줄어들자 협상을 위한 재 도전을 시작했다. 

"너는 선택을 할 수 있어. 하나는 지금 엄마랑 즐겁게 생선구이를 먹고 내일 꽈배기파스타를 먹는 거야. 또 하나는 계속 떼를 쓰면서 울다가 저녁시간을 넘겨 식사를 못하는 거야.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니? "

아이는 울먹거렸지만 분명하게 대답했다. "엄마. 저녁식사 할 거예요."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듯이. 


한없이 아기 같았던 아이가 자라서 걸어 다니고 뛰어다닌다. 킥보드를 탈 줄 몰라 질질 끌고 다녔던 작년의 아이가 지금은 내 옆을 여유롭게 슥- 지나간다. 어려워했던 가위질도 혼자서 즐겨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성장이 이런 거구나' 싶다. 아기였던 아이는 나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자라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눈과 비가 섞인 애매한 날씨. 마른 나뭇가지에 털이 보송보송한 봉오리가 얼굴을 내민걸 보니 분명 봄이 멀지 않았다. 잠에서 깬 아이는 눈을 비비며 말한다. 

"엄마. 꽈배기 파스타 먹고 싶어요."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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