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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닝피치 Feb 26. 2024

이별준비

아무 단어 시리즈 6

 지난주 아이의 인생에서 첫 졸업을 했다. 졸업을 하기 전부터 아이에게 이별에 대해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지 내심 고민이었다. 매일 만났던 선생님과 친구들을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이에게 큰 슬픔으로 다가올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슬픔이 없는 이별이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엄마 마음엔 아이의 첫 이별이 자연스럽게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시간은 놀랍도록 빠르게 지나갔다. 2월은 다른 달에 비해 짧기도 짧아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설날엔 양가를 방문하느라, 연휴가 끝난 후론 밀린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덧 졸업식을 앞두게 된 월요일, 그날도 다른 날들과 똑같이 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머님. 대추 오늘도 원에서 즐겁게 지냈어요. 사실 저희가 요즘  졸업식 노래를 연습하거든요. 그런데 노래를 부르면서 대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더라고요. 잘 모를 줄 알았는데 이별에 대해 느끼고 있었나 봐요. 대추가 참 성숙한 것 같아요. "


내가 이별에 대해 어떻게 말해줄지 고민하던 시간 동안 아이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매일 가던 언덕길을 더 이상 오를 필요가 없다는 것, 매일 인사하던 선생님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것, 같이 놀고먹고 낮잠도 자던 친구들과 더 이상 일상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이는 분명 마음으로 알아가고 있었다.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전부터 이별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날 집에 돌아온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부르던 작별 노래와 졸업식 예행연습을 역할놀이로 반복했다. 얼룩말과 사자, 기린, 고양이 귀여운 아이들을 닮은 동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놀이 속에서 아이는 선생님 었고, 한 명 한 명 호명을 하며 졸업인사를 나누었다. 엄마의 걱정과 다르게 아이는 아이 방식대로 첫 이별에 대한 슬픔을 이겨내고 있었다. 아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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